(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쿠팡과 유사한 서비스를 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쿠팡의 일본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 회장이 쿠팡의 일본 진출 사실을 일단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는 쿠팡과 소프트뱅크의 이해 관계가 맞아 결국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도 일본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손 회장이 네이버와 쿠팡의 장점만 모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의 일본 진출이 현실화되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와 쿠팡이 일본 땅에서 손을 맞잡는 구조가 된다.



◇손정의 아래 日시장 진출…연대설 '솔솔'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전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한 방향 중 하나로 글로벌 진출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일본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버는 지난 1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와 경영통합을 완료했다.

Z홀딩스는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 라인을 통합해 만든 중간지주회사다.

Z홀딩스의 지주사로 A홀딩스를 만들고 A홀딩스의 지분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는 방식이다.

라인을 흡수한 Z홀딩스의 첫 발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일본 진출이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중 스마트스토어 모델을 일본에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스토어는 중소상공인들이 인터넷상에서 창업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으로 현재 42만개의 매장이 입점해있다. 네이버 쇼핑 검색 연동 수수료 2% 외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

네이버는 야후 검색·쇼핑·페이페이 등과 연결해 한국에서 검증된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네이버쇼핑 구조를 Z홀딩스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23조원 잭팟을 터트린 손 회장은 쿠팡의 일본 진출도 모색중이다.

소프트뱅크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손 회장이 일본에서 쿠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에서 손 회장이 Z홀딩스를 통해 쿠팡의 일본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데 대한 해명이지만, 어떤식으로든 쿠팡의 서비스를 일본에 적용하겠다는 건 인정한 셈이다.

소프트뱅크는 쿠팡 지분 3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시장 조사업체 '이마케터'자료를 활용해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이커머스 매출은 1천870억달러로 세계 4위다. 국내 이커머스 매출(1천41억달러)보다 많다.

하지만 일본 소매시장에서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10% 안팎에 불과해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거래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을 넘어 쿠팡의 해외 진출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무대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쿠팡 양쪽에 손을 뻗치고 있는 손 회장 입장에선 Z홀딩스를 축으로 일본 이커머스 시장의 장악력을 넓힐 좋은 기회"라면서 "패션 부문은 스마트스토어로, 생필품은 쿠팡으로 나뉘어 이커머스 추진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색깔 다른 쿠팡-네이버 시너지 날까 '의문'

다만, 성격이 다른 두 회사가 일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에서 쿠팡의 빠른 배송 모델이 성공할 경우 네이버와 강력한 온라인쇼핑 모델을 형성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볼 수도 있지만, 아마존재팬과 라쿠텐의 양강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는 상황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아마존재팬은 쿠팡의 사업모델과 비슷하다.

손 회장의 야후재팬 역시 아마존과 라쿠텐에 비해 일본 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쿠팡을 통한 시장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의 일본 직접 진출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쿠팡이 일본에 물류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여전히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쿠팡이 일본에서 비슷한 모델을 구현하려면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쿠팡 역시 당분간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과 라쿠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쿠팡이 현지에 진출하더라도 국내에서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쿠팡이 한국 사업 적자를 딛고 일본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 등 이미 현지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 Z홀딩스와 쿠팡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두 회사를 모두 일본에 진출시켜 경쟁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쿠팡의 상품을 소프트뱅크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파는 형태의 크로스보더 커머스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일본 시장에서 쿠팡과 손을 잡고 연합체를 결성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과 현지 쇼핑 인프라를 갖춘 야후재팬의 역량을 결합해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에서 쿠팡과 새롭게 손을 맞잡을 니즈는 크지 않다"며 "네이버는 국내에서 전개 중인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일본 현지에 적용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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