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가열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자본 이탈을 촉발해 신흥국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지난 2013년에 발생한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으로 신흥국 경제가 불안해지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3월 개발도상국의 자본유출 규모는 51억6천만 달러(5조8천억 원)에 달했다. 자본유출이 나타난 것은 지난 10월 이후 처음이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1조9천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과 신속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내놓은 이후 미국 경제 회복 기대감이 대폭 커지면서 자본유출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6.5% 성장해 3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미국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금리가 급격히 오를 수 있으며, 이는 금융여건 긴축과 신흥국·개발도상국의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터키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자본유출이 발생했다.

터키의 나지 아발 중앙은행 총재는 작년 11월 취임 당시 10.25%였던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렸고, 결국 레제프 타이이프 에로도안 대통령의 불만을 사 지난달 해임됐다. 이는 터키화 급변동과 자본유출을 더욱 자극했다.

WSJ은 이와 같은 신흥국의 금리 인상은 '테이퍼 탠트럼'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의장은 경제가 금융위기 그늘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국채 매입을 줄일 가능성을 내비쳤고,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내던졌다. 이 여파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해 신흥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많은 신흥국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 여파로 경제는 다시 둔화했다.

WSJ은 "만약 그들이 올해 다시 그렇게 하도록 강요당한다면(신흥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팬데믹으로 약해진 경기 회복세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연준이 버냉키와 같은 완화 되돌림 가능성을 내비치진 않고 있지만, 지속적인 미국 경제 회복과 이에 따른 연준 긴축 전망 고조,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테이퍼 탠트럼과 유사한 상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다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 탠트럼 재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됐으나 현재는 이와 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체는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은 전체 글로벌 자금 흐름의 약 50%를 차지했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큰 유입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입된 자금이 크지 않은 만큼 이탈될 자금도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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