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산정에 있어서 재량권 확대를 추진한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 차례 유찰 후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과징금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용역을 다시 발주했다.

올해 말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 과징금은 3%에서 6%로, 불공정 거래 행위 과징금은 2%에서 4%로 높아진다.

이번 용역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과징금 부과 상한이 2배 상향된 데 따른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상한까지 높아져 기업의 과징금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한이 높아진다고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이 일률적으로 2배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시에 가중·감경 요소를 구체적이지 않도록 폭넓게 규정하거나 과징금부과율을 개별 사건별로 정해 공정위가 재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그간 과징금 가중·감경 요소를 줄이는 쪽으로 개정돼 과징금이 얼마나 책정될지 예측하기 쉽지만 법 위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 운신의 폭이 좁다 보니 각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실제로 과징금이 과하게 부과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과징금 수준의 키를 공정위가 갖는다면 법 위반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법제연구원도 지난 2018년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제도의 비교법적 연구'에서 "과징금 부과에 대한 공정위의 재량권을 축소하기보다는 공정위 담당자가 과징금 액수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부과기준율을 선택했고 왜 그와 같은 가중 또는 감경 사유를 선택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용역에는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다른 산정기준을 도입하는 방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과징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는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20억원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있고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과징금이 부과된다.

유럽연합(EU)은 직전 회계연도 관련 매출액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위반 기간이 불분명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응하고 있다.

이 교수는 "위법의 양태는 비슷하더라도 재벌과 중소기업의 처벌 필요성, 강도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부분을 고려할 수 있고, 담합을 주도한 기업과 참여한 기업을 달리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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