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략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망한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해 키우고 시황 변화로 성장이 멈춘 분야는 과감히 접는 구 회장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또다시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휴대전화 사업을 맡은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끌고 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구 회장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이번에도 두드러지며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결단을 내렸다.

구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한 후 구조조정, 각종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의사결정을 쏟아내 왔다.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난 분야는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사업인 전장사업이다.

LG전자가 올해 7월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나)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전장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와 첨단 전자장치가 탑재된 자율주행차가 미래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LG그룹은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차량용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전장 회사로 거듭났다.

이 분야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환경을 갖춘 것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가전, TV 등 기존 사업을 고객 니즈와 미래 트렌드에 기반한 플랫폼, 서비스, 솔루션 방식의 사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LG 씽큐 앱, 가전관리 서비스 LG 케어솔루션, 다양한 제품과 기술 등을 집약해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한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해 기존 가전·TV·부품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군에 소프트웨어 사업을 접목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사내회사(CIC)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M&A, 전략적 협력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또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속해 6G 이동통신과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을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과 접목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LG가 최근 전장과 함께 공들이는 부문은 또 AI와 로봇이다.

LG그룹은 올해 초 LG전자·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을 출범했다.

그룹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AI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이밖에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전문 기업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뉴에이본과 유럽 피지오겔 등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등 성장성 큰 영역에 대한 주요 M&A가 모두 구 회장 체제 들어 이뤄졌다.

유망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4억2천500만달러(5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AI와 로봇, 자율주행 기업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스타트업 27곳, 벤처캐피탈 4곳에 투자했으며 누적투자 규모는 약 1천억원 수준이다.

구 회장은 반면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을 비롯해, LG화학이 지난해 6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로 매각한 것이 그 예다.

또 LG CNS는 지난해 4월 맥쿼리그룹이 지분 35%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일감몰아주기 우려를 해소하고 맥쿼리가 가진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외에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등을 매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보가 많지 않다 보니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를 들여다보면 구조조정, 각종 M&A 등 과감한 의사결정을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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