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로 채권시장 전반의 손실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비전통적인 투자 방식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4일(현지시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의 해결책은 한동안 사랑받지 못하던 무제한(unconstrained) 채권 펀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국채 금리 상승, 장기 채권 가격 하락 등을 대비해 무제한 투자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제한 투자란 이름난 펀드 매니저들이 일반적으로 양질의 국채와 회사채에 국한되던 전통적인 채권 투자 범위를 벗어나 운용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분류가 쉽지 않은 채권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으로 벤치마크와 신용등급, 지정학, 듀레이션 등을 투자 기준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매니저 개인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수 있다.

최근 부상하는 펀드는 국채 손실에 베팅하거나 채권 시장 내에서도 위험하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부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종종 주식까지도 투자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설계되고 있다.

◇ 채권 손실 시대에 찾게 되는 '무제한 투자'

무제한 채권 펀드는 과거부터 논란이 뜨거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관련 자산 규모는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10배 이상 급증했지만, 높은 수수료와 매니저 자율성 리스크 등이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다. 명확한 벤치마크나 주제가 없어 본질적으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현재 자산 규모는 총 1천480억달러로, 지난 2015년 이후 6%가 느는 데 그쳤다. 리트홀츠 자산운용의 조시 브라운은 2015년 당시 자신의 가장 큰 실수로 무제한 채권 투자를 꼽았다.

리트홀츠 자산운용의 마이클 바트닉 디렉터는 "금리가 계속 오르며 채권 강세 시절이 끝나면 비전통적인 채권 펀드는 (다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배런스는 "무제한 채권 매니저들이 가치를 입증할 때가 있다면 지금이 될 것"이라며 "국채와 안전한 회사채 등의 듀레이션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나며 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무제한 투자 등의 비전통적 채권 펀드는 0.7%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회사채 펀드는 3.2%의 손실을 보였다.

아이쉐어즈 20년 이상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손실률이 13%까지 확대됐다.

JP모건의 밥 미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무제한 채권 펀드는 훨씬 전략적이고 듀레이션을 단축할 수 있으며 신흥 채권이나 고금리물 같은 시장에도 선택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선택지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전통적 펀드의 장점인 '유연성'이 중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셸 CIO는 "이제 펀드 내에 고금리 채권이나 등급이 없는 채권을 자산의 28%까지 담고 있다"며 "'위험한' 기업들이 경기 회복기의 혜택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진 타누조 채권 헤드는 "(무제한 채권은) 금리 상승기에 금리 리스크를 신용 리스크로 대체할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시장을 지난 2018년 1~9월과 유사하게 평가했다. 당시 팬데믹은 없었지만 장기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경기 과열 우려가 팽배했었다.

채권 펀드 내에 주식을 담는 경우도 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CIO는 자산의 5% 이상을 주식으로 채웠다.

그는 "주식은 금리가 추가로 오르더라도 분기 손실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금리부 채권과 은행채, 변동성금리부 우선주 등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제한 채권 펀드는 올해처럼 불어나는 투자 손실을 상쇄할 뿐 아니라 자산 다각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핌코에서 '다이나믹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마크 세드너 매니저는 "우리는 사람들이 기존 채권 펀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화 또는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유연성 강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동전의 양면' 투자 위험성 경계 목소리도

다른 한편에서는 매니저의 선택이 틀릴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제한 펀드 특성상 잘못된 방향이라도 베팅의 규모는 더욱더 크고 집중적이기 때문이다.

템플턴 글로벌 본드펀드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인 작년에 국채의 가격 하락에 베팅해 4.4%의 손실을 냈다. 회사는 작년 1분기에 베팅을 중단했지만, 작년 내내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졌었다.

배런스는 "이런 손실은 무제한 펀드에 항상 존재하는 적극적인 운용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며 "투자자는 비전통적인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추가적인 사전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쉽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의 하락 기조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세드너 매니저는 "10년 국채 금리 2%선 돌파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인구 변화와 기술 진보 등의 장기적 추세 때문에 금리는 과거보다 낮은 레벨에서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배런스는 "투자가 어떤 범주에 속하든 간에 더 높은 수익률을 낸다면 어떤 종류의 위험으로부터 수익이 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시에 "올해 장기 채권의 매도세가 시장에는 채무불이행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자율 위험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라며 "관리만 잘한다면 무제한 펀드가 이런 위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