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방시혁의 '분노와 도전'
[데스크 칼럼] 방시혁의 '분노와 도전'
  • 고유권 기자
  • 승인 2021.04.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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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방시혁이 또 사고를 쳤다. 'BTS(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려온 방시혁 하이브(사명 변경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이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새로 열었다. 하이브는 최근 세계적인 팝 스타를 키워낸 미국의 이타카 홀딩스를 1조1천84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역사가 새로 쓰일 정도의 '빅딜'이다. 이타카 홀딩스는 미국의 거물급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이 만든 회사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블랙 아이드 피스 등 글로벌 톱 아티스트들이 대거 포진한 곳이다. 이번 딜을 통해 하이브는 단번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한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라는 방시혁의 말은 빈말이 아닌 셈이다.

2005년 JYP에서 나와 빅히트를 설립하면서 독립한 방시혁은 현재의 모습을 상상했을까.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잘하던 자신은 친구들에게 그저 재수 없는 아이였다고 방시혁은 고백한 바 있다. 1972년생으로 경기고를 나온 방시혁은 공부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했다고 한다. 재수가 하기 싫어 서울대 법대 지원을 포기하고, '안전하게' 미학과에 진학했다. 사실 뚜렷한 목표나 지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재수는 진짜로 하기 싫어 그저 학력고사 점수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프로듀서가 돼 있었고, 박진영과 JYP를 창업하고, 또 세월이 흘러 독립해 빅히트를 만들었다는 게 방시혁의 회상이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에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솔직히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방시혁은 말한 적이 있다. 16년이 흘러 BTS가 세계적인 아티스트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이끌고,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와 한솥밥을 먹게 되는 결정을 하게 될 줄은 그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이브의 이번 빅딜은 국내 엔터 업계가 글로벌로 도약한다는 차원을 넘어 엔터 산업의 양적·질적 퀀텀 점프는 물론 경제·사회적 재평가의 시초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실 국내 엔터 업계는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그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아이돌 스타들을 앞세워 돈벌이하는 기획사들의 놀이터 정도로 보는 시선도 강하다. 그러다 보니 산업 자체의 논리보다는 그 외의 다른 변수들을 개입해 평가하고 가치를 매기는 일들도 빈번하다. K-팝의 성공 신화는 그저 양념일 뿐이다. 이미 엔터 산업에서 파생된 산업적 확장성과 가치 도약은 우상향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지만,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식의 편견이 기저에 깔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하이브의 이번 빅딜 성공은 밑바닥에 깔린 잘못된 사고 체계와 편견을 일거에 깨버릴 기회이자 계기다.

2년 전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요청으로 모교에서 졸업식 축사를 하게 된 방시혁은 자신을 "꿈은 없으나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너무 크지만, 자신은 태생적으로 그런 걸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불만을 개선하지 못하면 그 불만이 분노로 변한다고도 했다. 음악이 좋아 업에 뛰어든 동료와 후배들이 넘치지만, 현실은 그저 좌절만 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K-팝을 사랑하고 즐기는 팬들조차도 그저 '빠순이'로 비하되는 현실도 화가 난다고 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산업 전반에 깔린 악습과 불공정 등에 기인한다는 게 방시혁의 진단이었다.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커진 엔터 업계를 대하는 사회·경제적 부당함에 분노하게 되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그러한 분노가 오늘의 빅히트를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기존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전통 산업들의 퇴조와 새로운 플랫폼·엔터·서비스 산업의 도약이 맞물리는 모습이 더욱 확연해질 것이다. 경제주체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이러한 산업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가파르게 돌변할 것이다. 과거의 잣대로 산업의 축과 가치를 나누고 평가하는 것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누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따라 가치의 방향도 움직이게 된다. 기존의 틀 속에 잠재된 악습과 불공정들을 깨고 분노할 기회의 장이 더욱 커져야 한다. 그래서 방시혁의 분노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런 분노가 더욱 커져 새로운 도전으로 발전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산업으로 확장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제2, 제3의 '분노한' 방시혁이 나와야 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pisces73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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