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신흥국 채권시장의 글로벌 자금 이탈이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실질 금리 반등세에 반응한 것으로, 신흥국은 자금 이탈 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도 시달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 신흥국 채권시장의 자금 순유출 규모는 매달 약 30억달러로, 작년 초순의 팬데믹 발생 이후로 가장 컸다. 이런 자금 유출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채권에 집중됐다.

채권 매도세 속에 신흥국 채권 금리도 치솟고 있다.

브라질 10년 만기 현지통화 채권 금리는 작년말 6.96%에서 이번 주 9.65%까지 급등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와 맥시코 채권 금리도 각각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식자금도 빠지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신흥국 주식에서는 총 6천700만달러가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성장 전망 개선으로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동반됐고, 이에 따라 신흥시장이 뒤흔들렸다고 평가했다.

야누스 핸더슨의 폴 오코너 멀티에셋 팀장은 "글로벌 유동성 주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현재 신흥국 채권만 보면 큰 역풍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흥국이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미국 실질금리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미국의 물가연동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작년 연말 -1.10%에서 올해 3월 중순 -0.57%까지 반등했다. 다만, 이번 주 들어서는 재차 -0.68%로 반락했다.

투자자는 미국 실질금리가 올해 들어 반등하면서 신흥국 채권의 추가 리스크 감수가 가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오코너 팀장은 "신흥국 시장은 팬데믹 시기의 승자였다"면서도 "미국 실질 금리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의 또 다른 과제는 달러 강세다. 올해 글로벌 달러 지수는 2% 넘게 올랐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외화부채 상환 비용을 키우고 상품 가격에도 부담을 준다. 현지 생산업체의 수출 실적은 줄어들게 된다.

픽센자산운용의 사니엘 람지 매니저는 "신흥국에게는 악순환"이라며 "우리는 최근 중국과 브라질 주식을 줄이고 미국 주식을 매입했다"고 소개했다.

신흥국 시장의 채권과 주식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다수의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 브라질 헤알화의 경우 올해 들어 미국 달러 대비 8% 하락했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외국인 자금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브라질과 러시아, 터키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대해 WSJ은 "차입 원가가 오르면 해당 국가의 경기 회복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JP모건자산운용은 "향후 멕시코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흥국 중앙은행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이들 전선에서 발생하는 일을 무시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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