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전기차 배터리를 놓고 분쟁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에 도달했다.

한미 정부가 중재에 나선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양측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 수입 금지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전격 합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으로 직원들이 집단 이직하며 기술이 탈취됐다며 ITC에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한 지 713일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후 지난해 2월 예비결정, 올해 2월 최종 결정이 나오고서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인정과 조 단위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SK측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증거를 제대로 보전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며 수천억원의 합의금만 줄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대신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었다.

또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 철수까지 감수하겠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맞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로부터 조언을 받고 다른 내부 인사들을 통해 거부권 방어에 나섰다.

좀처럼 진행되지 않던 협상이 전격 합의에 도달한 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양측에 공개적으로 조기 합의를 촉구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양측 배터리 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역시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반도체와 배터리 등 공급망 체계 강화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제품 수입 금지나 철수는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해도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상충하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이제까지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양사 모두 분쟁이 길어지는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전격 합의에 도달한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조지아주 공장에서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을 진행하려면 합의가 필수적이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했으며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합의를 마냥 늦출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었다.

연내 상장을 앞둔 가운데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리콜 비용으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데다, 오는 7월 결과가 나오는 ITC 특허 분쟁에서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지면 LG 역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될 수도 있다.

양사의 합의로 ITC 제재가 무효가 되면서 델라웨어 재판부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도 취하할 가능성이 크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2시 2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