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해 11일 총 2조원에 전격 합의하면서 합의금에 따른 양사의 재무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리콜 비용으로 지난해 4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로 올해 상장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증설 비용 부담에 합의금 조달 문제까지 겹치면서, 자산 매각과 자회사 지분 매각 및 상장 등으로 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배터리 분쟁과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을 지급한다.

합의가 마무리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가 사라지고 올해 예정된 상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합의금 2조원은 또 코나 전기차(EV) 등 전기차 리콜 비용 5천550억원을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다.

다만 거액의 소송 비용과 로비 비용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립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CRP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로비에 65만달러를, LG측은 53만여달러를 투입했으며 올해 들어도 많은 로비 비용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로펌 고용 등 소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고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보다는 배터리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은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합의금 지급에 따른 재무부담이 클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2조5천6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합의금을 지급하기 녹록지 않은 상태다.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맞춰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연간 4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도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30GWh 수준의 연간 생산능력을 오는 2023년까지 85GWh로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금 지급으로 배터리 부문 수익성은 물론 중장기적인 경쟁력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재무지표 악화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 등급을 강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월 실적 부진과 재무적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 기업신용등급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 등급에서 투자 등급 최하단인 'BBB-' 등급으로 강등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올해 상반기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페루 광구 매각 등으로 2조~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합의금 지급 방식이 절반은 현금, 절반은 로열티 지급으로 결정되며 SK의 피해가 줄 것으로도 보인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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