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한국은행은 지난해 도입된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과 관련한 제도 개선의 효과가 다소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규제 도입에도 익일물 거래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나타낸 가운데 정책당국과 시장의 기일물 거래 확대를 위한 노력이 촉구됐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2020년 단기금융시장 리뷰'에서 콜시장 개편과 시중 유동성 증가 등으로 RP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높은 익일물 거래비중과 일률적인 증거금률 관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내외 충격 발생 시 RP 시장의 안정성을 크게 저하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와 같은 잠재적 위험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정책 당국은 지난해 7월 RP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회사(RP 매도기관)가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현금성 자산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제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RP 매수기관)에게 거래 상대방의 신용위험과 담보증권의 특성 등을 반영해 최소증거금률을 차등 설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은은 "RP 시장 제도개선으로 거래 규모가 일시적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연중으로 보면 예년의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그러나 기일물 거래 비중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일물 거래 비중은 지난 2019년 12월 5.8%에서 지난해 12월에는 6.7%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익일물 거래는 지난해 93.6%를 차지했다.

이는 주요 RP 매수기관인 은행신탁과 자산운용사 등이 갑작스러운 환매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기일물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RP 매도기관은 현금성 자산 보유 부담에도 익일물 금리가 기일물 금리에 비해 낮아 기일물을 취급할 유인이 크지 않은 가운데 풍부한 익일물 시장 유동성에 익일물 거래만으로도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은은 현금성 자산 의무보유 제도 및 최소증거금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로 RP 시장에서의 잠재적 위험이 다소 완화된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부수적으로 CD에 대한 수요기반이 확충되고 채권형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투자가 완화되는 등 여타 단기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익일물과 기일물간 현금성 자산 의무보유 비율 격차가 확대되면서 정책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과 시장참가자 모두가 기일물 거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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