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정답은 없다. 모든 기업을 돌 뒤집듯 뒤집어 보는 거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괜찮은 종목을 알아보는 방법을 묻는 말에 정답이 아닌 '정도(正道)'를 제시했다.

그는 "한 달에 200개 정도의 기업을 뒤집어 본다"며 "괜찮은 기업이라면 또 2∼3개월 동안 분석 기간을 두고 살펴보지만, 그렇더라도 십중팔구 사진 않는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재무 상태와 내재적 가치를 일일이 살펴보는 '바텀 업' 방식으로, 그것도 만장일치제 방식으로 결정을 하므로 더퍼블릭운용의 투자 종목은 10개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통점(pain point)'을 지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주식을 매수할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전세계 중앙은행들 유동성 파티 속에 경제 회복을 가장 먼저 한 중국과 '락다운' 없이 방역에 성공한 한국으로 증시 자금이 대거 몰렸지만, 이제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여력이 더 크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인 웨인 그레츠키가 '나는 '퍽(puck)'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 퍽이 갈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며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크루즈, 스포츠, 연예, 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코로나 피해주'부터 담아 높은 수익률을 거뒀고, 이제 코로나 이후 돈이 갈 곳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tvN 예능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얼굴을 알렸다. 우연히 점심시간 여의도를 배회하다 진행자인 유재석씨의 인터뷰에 응했고, 주식 시장에 대한 '저세상 쿨함'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라는 책을 통해 본인의 종목 선별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려대학교 가치투자동아리 'KUVIC(큐빅)'에서 투자의 기초를 배웠고, 졸업 후 VIP투자자문(VIP자산운용의 전신),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에서 주식 운용을 맡았다. 2014년 대학교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더퍼블릭투자자문을 설립해 만장일치제, 10종목에 집중투자해 현재 800억 원의 자산을 굴리는 금융벤처의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교체한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작년 하반기부터 포트폴리오를 많이 교체하는 중이다. 작년엔 소위 '코로나 피해주'라고 일컫는 콘택트 관련주를 많이 샀다. 크루즈, 스포츠, 연예, 엔터테인먼트 등 사람이 꼭 모여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곳들에 투자를 많이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될 것 같은 기미를 보이니 사람들이 이젠 항공주를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여행주,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주가를 보면 이미 작년에 몇 배씩 올랐다. 작년 한 해 저희가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제 이 종목들은 덜어내고 다음 투자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인 웨인 그레츠키는 "나는 퍽(puck)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 퍽이 갈 곳으로 간다"고 했다.

아직 숨어 있는 코로나 피해 주식이 남아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크루즈나 항공, 여행처럼 똑같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전혀 안 올랐고 여전히 피해를 보고 있는 업종들이다. 우리는 여전히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는데 향후 몇 년간 경제 성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들, 이른바 '인플레 수혜주'다. 제품의 가격이 더 오를 수 있고 가격 상승 이상으로 기업의 가치가 개선될 수 있다.

해운 주식들을 보고 있다. 해운은 이미 배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인데 운임은 아주 변동성이 크다. 자산이나 비용은 똑같은데 운임 가격만 오르다 보니 돈을 많이 벌었고 주가가 많이 올랐다. 배를 만드는 도크나 인건비는 고정돼 있지만 선가가 오르면 후행적으로 주식들이 더 오를 것이다. 조선주를 사라는 게 아니라 이런 부류의 주식들이 아주 많다.

-투자했던 종목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은.

▲기본적으로 좋은 주식을 찾아서 돈을 벌려면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곳에 기회가 많이 남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는 '에머슨 퍼시픽'이라는 기업이다. 개인적으로 1∼2년 투자했는데. 4∼5배 가까이 올랐었다. 또 회사가 가장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더존비즈온'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대한 투자 때문이었다. 지금 6년째 투자하고 있는데 10배 가까이 올랐다.

두 주식이 공통점은 당시에는 저평가된 기업들이었다. 에머슨 퍼시픽은 현재 '아난티'라는 리조트를 운영하고 지금은 유명하다. 하지만 처음 투자 당시 건물을 건설하면서 부채가 많아 보였고, 주변으로 관광객도 안 오니 안 좋은 회사라고 치부됐다. 더존비즈온도 지금 기업형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전사적 자원관리(ERP)에 상당히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는데 처음 투자할 당시에는 서버를 건설하는 기간이었다. 신규 소프트웨어는 나오지 않았고 비용만 많이 나오는 회사였다.

-좋은 기업은 어떻게 먼저 알아봤나.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엔 2천 개 기업이 상장돼 있고 해외까지 하면 수만 개다. 모두 돌 뒤집듯 뒤집어 보는 거다. 하루에도 대여섯 개 기업을 살펴본다. 한 달에 200개 정도 뒤집어 보고 괜찮은 기업이라면 또 2∼3개월 동안 분석 기간을 두고 살펴보지만, 십중팔구 사진 않는다. 투자했던 에머슨 퍼시픽의 경우 리조트 수요가 많아지니 부자들은 회원제 리조트로 몰릴 거로 생각해 이걸 분석해보자고 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시키는 '바텀업'방식으로 진행했다.

-지금의 국내 증시 어떻게 보는지.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 보수적인 얘기들을 많이 해왔다. 돈은 다시 미국과 유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중이니 우리나라 지수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미국이나 유럽 주식을 사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뿐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었다. 그 돈은 작년 상반기에 코로나를 가장 먼저 극복한 중국으로 갔고 하반기에는 경제를 '락다운(lockdown)'하지 않고 방역을 잘한 한국으로 왔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동학 개미운동'이 성공했다거나, 우리나라 시장의 체질이 바뀌었다고 봤다. 잘못 해석한 거다. 그래서 우리나라 주가지수가 향후 4,000∼5,000까지 갈 거라 판단하는 건 꼬리와 머리가 뒤바뀐 생각이라고 본다. 코로나19로 가장 고통받은 곳이 미국, 유럽인데 현재도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할 여력이 가장 크다고 본다.

-지금 2030 세대의 투자는.

▲주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존에 '주식 투자는 소위 망하는 길'이라고만 하던 생각에선 발전했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런데 주식 시장은 기본적으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시장이다. 운 나쁘게 코스피가 더 오르지 않고 유지되거나 하락하면 이들이 지난해 수익을 냈던 것이 공부해서 낸 결과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다.

투자에 정도가 있다면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주식이 위험한 게 아니고 주식으로 자산 증식을 할 수 있으며 여기에 투자할 필요성을 인지한 단계까지 왔다면 이제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숫자로 바꿔보고 주가와 비교하는 당연한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다.

-비트코인, 기존 자본시장을 대체할 투자 대상으로 보는지.

▲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틀릴 가능성이 일단 높다는 말씀을 드린다.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의 교환 또는 저장 수단인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하다. 가상화폐가 교환 수단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돈으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어느 순간에는 환율로 가치가 정해져야 한다.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은 아주 정확한 예측이 있지 않고는 어렵다. 굳이 지금 전문가가 아닌 분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는 아마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돈이 없고, 투자할 곳은 주식밖에 안 남았는데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 기존에 투자한 사람의 수익률을 따라잡으려면 암호화폐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실패한다.

-1분기가 지나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고점을 넘을지 여부는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1분기에 주가가 매우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비싸다고 평가하려면 더 이익이 늘어날 수 없는 국면이거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익을 내는 총합보다 주가가 아주 고평가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수준은 아니다. 1분기 실적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고 말하진 못하겠으나 전반적으론 우상향할 거라고 본다.

-책에서 '메가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을 강조했는데.

▲메가트렌드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미디어를 예로 들자면 7∼8년 전에는 언론 인터뷰를 할 때 방송을 제외하고 카메라가 있지 않았다. 지금은 신문사와 인터뷰해도 유튜브를 위한 카메라가 다 따라온다. 미디어 흐름이 바뀐 거다.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흐름이 메가트렌드라 한다. 시장에서 누가 힘을 얻을 건지 찾아보는 게 '메가트렌드식 투자'다.

예컨대 유튜브 장비를 만드는 회사와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돈을 벌 것이다. 또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거다. 웹툰, 드라마, 영화, 예능에 대한 몸값이 올라갈 거다. 메가트렌드를 읽고 투자를 하면 혹시 유튜브가 아닌 넷플릭스에 투자했거나, 장비가 아닌 콘텐츠를 투자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전체적 산업 흐름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작게 실패하더라도 다시 복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메가트렌드는 뉴미디어를 포함해 노령화, 1인 가구, 모바일화 등이다. 이미 트렌드가 된 지 5~10년 지나서 지금은 식상하다고 볼 수 있지만 바로 그 식상한 게 메가트렌드다. 새로운 걸 찾아내려면 예측하는 분야의 범위가 커진다. 그만큼 틀릴 확률은 커진다. 우린 틀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대수익률을 낮출 때다. 미국 시장이 정말 많이 오른 것 같지만 과거 10년간 연평균 10%밖에 안 올랐다. 일반 투자자들이 과연 평균 주가 상승률 이상의 지식이나 정성이 있진 않다. 보통 10% 정도의 기대 수익률을 가지라고 권유하면 한 달 기준이냐고 묻는다. 물론 작년에 지수가 두 배 올랐고 아파트값을 생각하면 10%는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작년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면 현재 시점에서 내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굴릴 방법이 어떤 것인지 찾아야 한다. 실패한 다음에 겪으면 마음이 너무 쓰리다. 지금 돈을 번 상태에서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알립니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와의 인터뷰 영상은 연합인포맥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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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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