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해지자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국내외 사업장의 추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7월께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안에서 영업 중인 강남점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강남점 영업 종료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철수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1년 넘게 개점 휴업 상태를 그냥 둘 수 없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점은 1만3천570㎡(약 3천900평), 5개 층 규모로 시내에 있는 신세계 면세점 중 명동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강남 입지를 내세워 관광객 특수를 누렸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지난해 매출은 1조9천3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427억원에 달했다.

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왔으나,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영업하는 날보다 휴일이 더 많아졌고, 지난 2월에는 부산점도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신세계디에프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자 모기업인 신세계는 지난해 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손실 폭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임대료 부담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세계디에프는 면세점 사업을 본격화한 지 4년 만에 후퇴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업계 1·2위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해외 사업을 두고 수익성 재점검에 들어갔다.

지난해 한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올해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실적이 부진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가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법인을 철수하면서 해외 점포가 6개국 12개로 줄었다.

현재 괌,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등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전 매장이 휴업 상태다.

지난해 베이징을 제외한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이 3조1천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감소했고, 영업손실 220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신라면세점도 코로나19 타격이 커지자 주요 사업장 점검에 나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언제 해외 관광이 정상화될지 묘연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일본 도쿄의 시내면세점을 철수하고 현재 싱가포르 창이 공항점과 홍콩 공항점, 마카오 공항점, 태국 푸껫 시내점 등 4개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0% 지분을 가진 태국 푸껫 면세점에 대해 207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하는 등 마카오와 홍콩 면세점, 2019년 인수한 세계 1위 기내 면세점 운영 업체 스리식스티까지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장기적인 해외 사업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앞으로 이런 변수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어 해외 진출 일정은 사실상 전면 보류하는 등 전략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중국도 새로운 자체 면세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등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아 도미노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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