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달러-엔 환율이 110엔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엔화 매도 수요가 뿌리 깊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점유율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중장기적인 수급 구조에는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작년부터 부상한 달러 약세 시나리오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장은 현재의 달러 강세·엔화 약세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60개국·지역 통화와 비교한 달러 지수는 12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1월부터 저점을 친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한편 엔화 지수는 85 부근으로 2018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에 비해 달러 강세는 둔하며, 실제로는 엔화 약세 기세가 강하다는 얘기다.

지난 3월 말 엔화 가치는 1년 만에 최저치(달러-엔 환율 기준 최고치)인 달러당 111엔에 육박했다. 그 이후로는 109~110엔대로 소폭 반등(달러-엔 환율 하락)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일단락되면서 투기세력의 달러 매수·엔화 매도가 진정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완화 축소 전망이 반영될 만큼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장은 엔화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다음 테마를 물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달러 약세 시나리오가 무시할 수 없는 재료라고 판단했다.

도이체증권의 오가와 가즈히로는 "해외 투자자의 시선은 달러 약세로 기울어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권의 대규모 경제 대책으로 미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달러 강세·엔화 약세 기대감도 단번에 커졌다. 하지만 신문은 경제 대책 이면에 재정수지·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달러 약세 압력이 피어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다카시마 오사무 전략가는 "지금은 재정 투입에 대한 낙관론이 많지만 달러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는 미국의 정권 교체가 시세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재정악화 국면에서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달러를 둘러싼 수급 구조도 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0년 12월 말 세계 외환보유액은 약 12조7천억 달러로 3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위기로 각국이 예방적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 보이나 주목할 것은 그 내역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가 약 59%로, 분기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의 비중은 21%를 기록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중국 위안화도 2%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해 착실히 세력을 넓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작년 말 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진행된 것과 겹친다고 분석했다. 외환보유액 운용은 블랙박스이기 때문에 실제 환율과 반드시 연동되진 않지만, 중장기적인 구조를 봤을 때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다다시는 "올해 들어서는 (미·일) 금리차가 의식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펀더멘털(기초적 조건)에 시장의 관심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문은 미국 아케고스 문제와 관련해 포지션을 축소하려는 헤지펀드가 달러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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