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이윤구 기자 =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로 현대건설이 최대 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에 본격 착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어 IPO 성공 여부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위해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상장을 위한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나 일정을 정해지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IPO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IPO를 통해 11.72%의 지분을 보유한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99만∼1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는 7조원대다. IPO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럴 경우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원을 웃돌게 된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확보하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 말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도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29.9%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말 현대차그룹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21년 만에 변경할 예정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반대에 밀려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로 나눠 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3년 전과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는 지분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현대글로비스가 11.67%, 기아가 9.35%, 현대모비스가 9.3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74년 설립된 현대엔지니어링은 1980년대 한라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현대건설 해외건설 사업본부 설계팀을 흡수합병했고, 2014년에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해 플랜트와 건축, 인프라 사업 전문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조1천884억원, 영업이익은 2천587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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