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지난해 흥국생명이 토지 재평가를 실시해 순자산이 증가했다.

이 같은 재평가에도 흥국생명 지급여력(RBC) 비율은 하락했다.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시장위험액이 반영되고 운용자산 증가로 신용위험액이 증가한 탓이다.

전문가는 흥국생명이 토지 재평가로 RBC 비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진단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해 6월 30일 기준 평가기관이 산출한 감정가액을 이용해 토지를 재평가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토지에 재평가모형을 최초 적용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재평가 대상은 흥국생명 토지 전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재평가에 따라 재평가이익(기타포괄손익)은 224억원을 기록했다. 재평가손실환입(당기손익)은 3억1천600만원이다.

회사가 유형자산 재평가모형을 적용하면 재평가 증가액을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한다. 재평가 증가액이 모두 자본에 가산되지는 않는다. 이연법인세를 차감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기타자본에서 유형자산재평가손익이 2019년 849억원에서 지난해 1천10억원으로 161억원 정도 증가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재평가 주기는 공정가치 변동 정도를 고려해 매년 또는 3년이나 5년이다.

동일자산에서 이전에 당기손익(재평가손실)으로 인식한 재평가 감소액이 있으면 그 금액만큼 재평가 증가액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하고 잔여액이 있다면 기타포괄손익으로 계상한다.

지난해 흥국생명이 재평가손실환입을 인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같은 토지 재평가에도 흥국생명 RBC 비율은 떨어졌다. 지난해 흥국생명 RBC 비율은 172.1%로 전년 대비 11.8%포인트 하락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부동산 재평가잉여금 증가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증가했다"며 "하지만 일반계정 보증준비금을 추가 적립해 이익잉여금이 감소했다"고 했다.

그는 "퇴직제도 강화와 운용자산 증가로 신용위험액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RBC 제도에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 적용비율은 2018년 6월 35%, 2019년 6월 70%, 작년 6월 100%다.

이 때문에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보험사 위주로 RBC 비율이 하락했다.

흥국생명 RBC 비율이 하락했으나 토지 재평가가 자본관리에 일조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 재평가가 RBC 비율 관리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생명이 토지 재평가를 해 RBC 비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용수단을 활용해 RBC 비율을 방어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향후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되면 유형자산 재평가모형을 적용해 자본을 관리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다.

노 연구위원은 "킥스에서 자산을 시가로 평가한다"며 "이 때문에 보험사가 유형자산 재평가모형으로 RBC 비율을 관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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