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새삼스럽다.'다단계(폰지) 금융사기의 제왕' 버나드 메이도프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미국이 금융선진국인 까닭을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역사상 최대 규모인 650억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미국 금융사범 버나드 메이도프가 82세를 일기로 수감 중이던 연방교도소 의료시설에서 자연사했다고 전했다.

메이도프는 금융사의 한 획을 그을 정도의 금융사범으로 꼽힌다. 엄청난 규모의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폰지금융 사기꾼이라는 악명과 함께 150년이라는 엄청난 형량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메이도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에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며 조기 석방을 법원에 요청했다.

당시 법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메이도프의 석방요청을 매몰차게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를 통해 150년형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감옥에서 숨을 거두라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라며 지난 11년 동안 판결을 바꿀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원은 막대한 투자금을 잃고 지금도 고통받는 수천명의 메이도프 피해자들을 주목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1년 회계 부정을 저질렀던 미국 거대 에너지 회사 엔론의 최고 경영진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엔론의 당시 회장이었던 케네스 레이와 CEO였던 제프 스킬링은 분식회계의 대가로 24년 4개월과 24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가석방 등이 없었다면 이들은 아직도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중형을 내린 배경도 메이도프와 닮은꼴이다. 법원은 이들이 분식회계라는 경제 범죄를 저지르는 바람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점을 중형선고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너무 탐욕적이라는 비난 속에도 미국이 뉴욕 월가 등을 중심으로 금융 선진국을 어떻게 일궈왔는지 웅변해주는 사례들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한국은 어떤가.

희대의 금융사범이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사법 당국자와 술자리를 가지며 호형호제하는 게 다반사다. 감독 당국자와 사법 당국자들이 현직에서 퇴임하면 해당 금융사범의 변호를 도맡은 로펌에 취업하는 사례는 이제는 공식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조 원대의 펀드 판매 사기를 저지른 범죄인들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코스닥시장 등을 중심으로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져도 피해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1~2년형을 선고받거나 벌금형에 그치는 등 감옥행을 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의 금융시장 교란 사범이 끊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당이득과 비교해 형량이 너무 낮은 탓이다.

이제 우리도 금융사범일 경우 감옥에서 평생을 지내야 하는 등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이제 우리도한국판 메이도프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금융시장은 물론 사회 전반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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