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중국의 대형 자산관리사인 화룽(華融)자산관리주식유한회사가 돌연 실적발표를 미루면서 채권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룽이 발행한 채권 중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달러화 표시 채권은 4년 전 발행된 15억 달러(한화 약 1조7천억 원) 규모 영구채인데 지난 2주 사이에 달러당 30센트가 빠졌다.

2025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8억 달러(약 9천억 원) 규모의 또 다른 채권의 경우 지난 2주간 34센트 하락해 달러당 77.5센트를 기록했다.

2주 사이 화룽의 채권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화룽이 지난 3월 말 관련 거래 때문에 2020년 실적발표를 제때 하지 못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화룽 측은 거래를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발표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홍콩에 상장된 화룽 주식은 지난 4월 1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전에도 중국 회사채 시장이 놀라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번 화룽 사태는 더 갑작스럽고 규모도 크다고 지적했다.

화룽의 최대 주주가 중국 재무부일 뿐 아니라 실적발표를 미루기 전까지는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각각 A3, A 신용등급 받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데이비드 인 선임 애널리스트는 "(화룽이 언급한) 관련 거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2020년 연간 보고서가 언제 발표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화룽의 기본적인 신용평가나 국가의 지원 여부 등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하기 때문에 화룽의 신용평가가 잠재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화룽이 실적발표를 미루자 주요 신용평가사 세 곳인 S&P 글로벌, 무디스, 피치는 화룽의 채권 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 측면에서도 살펴보면, 화룽이 지난해 중순까지 보유하고 있던 전체 부채 규모는 1천623억4천만 달러(약 181조 2천억 원)에 달한다.

화룽이 4년 전 15억 달러 규모로 발행한 영구채와 2025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8억 달러 규모의 채권에 투자한 주요 기관으로는 블랙록, 푸르덴셜, HSBC, 뉴버거버만, 인베스코, E펀드매니지먼트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번 사태로 화룽이 그간 암묵적으로 중국 재무부 지원을 받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화룽이 금융적 측면에서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실적발표가 늦어졌다고 보도하며 차이신의 편집장은 사설 기고를 통해 화룽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높은 신용등급을 자랑하던 국영기업인 융청석탄이 갑작스럽게 디폴트를 일으키면서 충격을 받은 바 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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