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반도체 분야 인수·합병(M&A)과 관련해 "큰 움직임을 준비할 때"라고 밝히면서 SK하이닉스가 더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박 사장의 발언은 전일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한 후 나온 것으로,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에 이어 대형 M&A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박 사장은 15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시장 전체가 크게 재편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이 급해 보인다"고도 했다.

박 사장의 이런 발언은 전일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공식화한 직후 나온 것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신설 투자회사(ICT투자전문회사)가 SK㈜와 합병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대형 M&A가 날개를 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배구조상 SK텔레콤의 자회사이고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M&A를 하려면 국내 기업에 대해선 인수 대상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간 투자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해외 기업은 경영권 인수만 가능한 수준으로 지분 매입을 하면 되지만, 국내 기업은 지분 전체를 인수해야 해 투자금이 많이 들어 M&A가 쉽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 SK㈜와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신설 투자회사와 SK㈜가 합병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대형 M&A가 잇따르는 점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현재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 자일링스 등 유망 기업들을 인수했다.

퀄컴도 최근 14억달러(약 1조5천365억원)를 들여 반도체 스타트업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누비아를 인수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초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3천억원에 인수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사업을 보강했다.

2018년에는 낸드플래시 전문 회사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에 4조원을 투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공급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보다는 모기업인 SK텔레콤의 주력 분야인 5G나 인공지능(AI) 분야의 유망기업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지난달 3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지역에 연구개발 집중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미래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5G 등 분야의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설되는 ICT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 외에도 ADT캡스와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반도체와 보안, 미디어, 커머스에 강점이 있어 5G나 AI 등을 접목하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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