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강력한 소비, 고용 지표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뢰,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큰 폭 상승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 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10.6bp 하락한 1.531%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가장 컸으며 최근 4주 동안 가장 낮아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0.8bp 내린 0.155%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11.5bp 떨어진 2.210%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47.4bp에서 이날 137.6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강한 회복세가 주요 경제지표로도 확인됐지만, 국채수익률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월 중반 이후 바닥으로 작용했던 1.60% 선을 뚫고 내려갔다. 최근 지표와 따로 노는 시장 분위기가 더욱 뚜렷해졌다.

강력한 회복, 치솟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연준이 조기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장기물 국채수익률이 앞서 가파르게 오른 만큼, 이를 확인해주는 경제 지표가 오히려 그동안 상승분을 되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선반영된 3월 지표를 거의 무시하고 있다.

실제 헤지펀드 등 단기 트레이더들의 숏 포지션 풀리고 숏 커버링 수요가 나왔고, 일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를 더해져 탄탄한 수요를 뒷받침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진단했다. 숏 커버링이 나오면 펀더멘털 이상으로 시장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미국 실물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동력인 소비는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한 직접 부양 자금, 속도를 높이는 백신 배포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됐다.

주간 실업보험청구자수도 50만 명대로 내려와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아직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 실업 상황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는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뉴욕 연은의 제조업 활동을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 역시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확장했다.

전방위적인 경기 반등에도 시장은 연준의 완화적인 기조에 점차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을 고려하기 상당히 전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 자산매입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만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지난주 나온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에도 국채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1분기 지속적인 매도세 이후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난겨울 약한 지표를 무시했던 것과 같이 시장은 최근 잇따른 강한 경제 지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31일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2월부터 전 세계 매도 행렬에 동참했던 일본 은행과 보험사들이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BMO 캐피털 마켓에 따르면 지난 9일 주간 일본 투자자들은 156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채권을 매입했다. 전주보다 대폭 늘었다.

FH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지금 국채 값을 지지하는 한 요인은 '4월이 항상 과도기였다'는 점"이라며 "투자자들은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정부 지출로 인한 경기 반등에 낙관적이었고, 이런 점이 결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봐 국채를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투자자들은 예측이 실현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지만,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의 지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클리어 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제 투자 전략가는 "시장 움직임은 매우 놀랍다"며 "강한 소매 판매 수치를 예상하고, 이미 팔았거나 숏 포지션을 취했던 이들이 다시 사들이는 '소문에 팔고, 뉴스에 사라'의 반응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숏 플레이를 통해 경기 모멘텀 정점을 봤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분석가는 "뛰어난 소매판매, 팬데믹 저점인 실업청구, 대부분 좋은 실적에도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이 동반하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트레이더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톰 그래프 채권 대표는 "시장은 연준에 너무 많이 앞서 움직였다"며 "인플레이션이 오고 언젠가 연준이 반응할 것이라는 과도한 확신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린젠 금리 전략 대표는 "투자자들이 경기 부양에 고무된 소비 급증을 넘어 다음 경기 회복 단계를 고민하는 데 만족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들어 가파른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라 경제 회복과 현 물가 압박이 이미 시장에 반영했다는 게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만의 가격 압박이 그렇게 일시적이지 않다고 사람들이 알게 될 때 다시 한번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이어져 10년 국채수익률이 향후 몇 개월 동안 1.60~1.77%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에 더 가까워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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