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철수를 공식화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향후 출구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과 흡사한 한국 HSBC와 일본 씨티뱅크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3가지 시나리오…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폐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한국 등 13개 국가의 개인고객 대상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씨티은행은 개인·소매금융 당기순이익이 지난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절반씩 줄어들고 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한국 등 13개 소매금융시장에 대해 "경쟁할만한 규모가 없다"고 판단하며 철수를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출구전략은 밝히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앞선 사례를 근거로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부문 철수방식으로 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인 업무 폐지 등 3가지 선택지를 꼽고 있다.

◇일본 씨티뱅크은행, 통매각으로 고객·직원 양도

일본 씨티뱅크은행은 일본 시장을 철수할 때 '통매각' 방식을 택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2014년 일본금리가 급락하면서 대출수익이 감소하자 일본 개인금융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자산관리(WM)와 카드 부문을 통매각했다. 첫 번째 입찰에 일본 내 9개 은행이 참여했고, 두 번째 입찰 끝에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인수하기로 했다.

이 경우 기존 고객과 직원들이 인수자에 그대로 승계돼 구조조정 우려가 줄어든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씨티뱅크은행이 일본에 보유한 개인예금 약 2조4천400억엔과 거래고객 74만명, 32개 지점·출장소, 개인고객부문 종업원 약 1천600명을 이어받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임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 194명을 포함해 3천494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소매금융 관련 직원은 영업점 인력 940명을 포함해 약 2천500여명이다. 전체 43개 점포 중에서 소매금융 점포는 36개다.

고객 예수금은 27조3천억원이고 대출 자산은 24조7천억원이다. 신용카드 회원수는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천좌와 4만8천좌로 알려졌다.

통매각 의지가 있는 금융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분리매각'을 통해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WM과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부문을 쪼개서 매각하는 방안이다. 씨티그룹은 한국과 함께 소비자금융 철수를 밝힌 소주에서 분리매각을 원칙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BC, 매각 실패하자 단계적 폐지…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처럼 '단계적 업무 폐지' 방식으로 한국의 소매시장을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HSBC는 한국에서 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인력구조조정과 고객자산 이전 등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 2012년 산업은행에 개인금융 부문을 넘긴다는 기본원칙에 합의하고 본계약 체결을 논의했지만, 직원 처우 등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3개월여 만에 협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1년에 실제 사용 가능한 휴가가 4~5일인데 HSBC는 한 달을 요구하고, 퇴직금제도도 누진제를 그대로 적용해달라고 해 수용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은행 등에 소매금융을 파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아예 소매금융영업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HSBC는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소매금융 부문 전체 직원의 90% 이상을 명예퇴직형식으로 정리했다. 위로금은 월 기본급 29개월 치에 근속연수 1.5를 곱한 개월 치를 더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HSBC은행 직원 793명 가운데 금융위원회 집계상으로는 244명, HSBC 내부 자료상으로는 230명이 개인금융부문 직원이었다. 11개 지점 중에서 10개 지점을 폐쇄했다. 기존 개인고객 서비스 지속해서 제공하면서도 신규고객은 받지 않았다.

한국씨티은행도 HSBC와 비슷한 상황이다. 소매금융에서 10년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임직원 평균 연령이 비교적 높다. 그 영향으로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1억1천200만원으로 다른 은행 대비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에서 거의 폐지된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하고 있다. 매각과정에서 노조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연봉과 복지 수준을 요구한다면 매각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 등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와 고객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앞으로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고객 보호를 위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고객이 사용 중인 계좌나 상품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다"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고객서비스에 변동은 없고, 지점영업과 콜센터 등을 포함한 대고객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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