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미국 국채 금리였다. 저금리로 타오른 자산시장이나 회복 국면을 보이는 경기를 싸늘하게 만들 수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을 촉발할 뇌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감자가 차갑게 식었다. 일본계 자금이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 주간 일본의 장기투자기관은 해외채권을 1조7천억엔(약 150억 달러) 순매수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매수 규모를 가장 크게 늘렸다. 상당 규모가 미 국채로 추정된다. 미 국채금리의 안정은 전 세계뿐 아니라 미국에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저금리 덕에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던 테슬라 같은 미국 성장주가 다시 주목받는 등 자산시장이 안정됐을 뿐 아니라 미 정부와 연준도 한시름 덜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조9천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뿐 아니라 또 2조2천억 달러가 넘는 인프라 투자 대책도 내놨다.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필요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지만 대규모 정부 정책에 따른 국채 발행 급증은 당연한 수순이다. 시장에서 공급의 증가는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는 가격과 반대로 가는 미 국채 금리의 상승을 초래한다. 이런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두 책무를 달성해야 하는 연준은 아마도 금리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국채 매입량을 늘려야 하는 골치를 썩이었을지 모른다.

새로운 회계연도의 시작으로 일본 투자자의 해외 자산 수요가 증가하는 4월에 일본과 미국의 정상이 만난 결과는 흥미롭다. 회담 결과 일본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 도쿄 올림픽에 대한 지지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방위를 재확인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정상회담과 별개였지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미국 측의 태도도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방한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할 것으로 확신하며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올해 1월 기준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투자자들은 일본 국적이다. 1조2천767억 달러로 집계됐다. 다음은 1조952억 달러를 보유한 중국이다. 이런 해외투자 실적이 외교전에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인지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국 밖의 미 국채 수요는 재정 적자가 확대되는 미 경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국내도 금융자본의 힘이 성장하고 있다. 연기금과 보험 등 기관투자자의 해외 자산이 증가하고,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과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민이 보유한 금융자본의 수출도 우리 경제와 외교력을 키우는 초석 역할 할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금융 자본을 더 키워야 한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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