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은행이 환매가 중단된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의 법인과 개인투자자들에게 최대 80%의 원금을 돌려줄 예정이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이번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예정된 만큼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임해 제재 수위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분조위, 은행 손해배상책임 인정…"고령 투자자에 75% 배상하라"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CI펀드에 대해 사후정산방식에 의한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배상 기준에 따라 40~80%의 범위에서 배상 규모를 자율조정하도록 했다. 지난 9일 기준 금감원에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사후정산방식에 동의해 접수된 라임 CI 펀드 관련 분쟁조정은 총 72건으로, 이들의 미상환 규모는 2천739억원(계좌 458건)이다.

분조위는 앞서 불완전판매로 비슷한 절차를 밟았던 동양 사태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그리고 또 다른 라임펀드 등의 사태와 동일하게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해 손해배상 비율 30%를 기본 적용했다.

이어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을 물어 25%포인트(P)를 가산했다. 최근 분조위에서 다룬 라임 국내 펀드의 경우 판매사별로 20~30%P 범위에서 가산이 적용됐다.

최종 배상비율은 여기에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가감 조정해 결정된다.

이날 분조위에서 다룬 2건의 경우 일반투자자 A씨에게 75%, 법인투자자 B씨에게 69%의 배상 비율이 최종 결정됐다.

A씨는 금융투자 상품을 투자해본 경험이 없는 고령자지만, 영업점에서 투자 성향을 임의로 높게 설정해 위험상품을 판매한 점이 배상 비율을 높인 배경이 됐다. 영업점은 A씨를 대상으로 부실한 모니터링콜을 실시했다.

B 중소기업은 공장 매각 대금 운용을 위해 안전한 상품을 원했지만, 영업점이 원금과 확정금리가 보장된다며 최저가입 금액 이상의 투자를 권유했다. 신청인이 서류상 가입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서류상 가입 영업점에서 신청인의 투자 성향을 공격투자 형으로 임의 기재했다.

앞으로 20일 이내 분쟁조정 신청인과 신한은행이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9조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해 조정안이 성립된다. 나머지 조정 대상은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방식이 적용된다.

다만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취소 등의 재조정도 가능하다.

금감원은 "앞선 검사와 제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만큼 객관적으로 손해를 추정할 수 있었다"며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며,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2천739억 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제재심 앞둔 신한, 21일 임시 이사회…'사적 화해'에 의미

이번 라임 CI 펀드의 배상 비율 40~80%는 앞선 라임펀드 사례들과 동일하다. 분조위는 국내 라임펀드를 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기본 배상 비율 55%를 기준으로 투자 경험 등에 따라 가감 조정된 배상 비율 40∼80%를 적용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날 발표된 분조위 결과의 수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지난해부터 신한은행은 꾸준히 라임펀드 투자자 구제를 위한 방안을 이사회 차원에서 이야기해왔다. 이달 초 열린 사외이사 간담회에서도 라임펀드 배상을 위한 법률적 근거와 추후 절차 등을 논의했다.

'사적 화해'는 일종의 자발적 보상이다. 금융투자업법 제55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의 거래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가 입은 손실을 사후에 보전할 수 없다. 하지만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 그리고 그 임직원이 자신의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로 판단되면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손실 보전 금지의 예외 상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적 화해의 경우 판매사와 투자자 간 결정 사항인 만큼 양측이 동의하면 계약은 성립된다. 지난 간담회에서도 신한은행 사외이사들은 사적 화해 개념의 범용성을 주목하며 투자자 구제를 위한 조속한 절차를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오는 22일 제재심을 앞두고 있어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다. 앞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제재심을 앞두고 적극적인 소비자 구제 노력을 피력하고자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했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에서 라임사태와 관련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주의적 경고, 그리고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에는 기관경고 등의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상태다.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며 소비자 구제를 위한 적극성을 인정받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사전 통보보다 한 단계 낮은 제재가 확정됐다. 같은 논리라면 진 행장의 제재도 경징계 수준으로 경감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에 대한 논의가 이사회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피해를 본 소비자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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