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공제회 자산 22%가 사모신용…국내선 IMM 크레딧펀드 첫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대체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주요 공제회가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사모신용) 시장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제회들은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 맞춰 의무적으로 일정액을 대체투자 부문에 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주요 투자처였던 해외 부동산 및 인프라 시장이 코로나19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면서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는 가운데 사모신용 분야의 매력이 부각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올해 사모신용 부문의 투자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25%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공제회는 주요 공제회 중에서도 사모신용 부문에 가장 적극적인 편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사모신용 투자 규모가 이미 3조5천687억원을 기록했다. 16조원이 넘는 운용자산(AUM) 중에서도 비중이 22%에 육박할 만큼 상당한 규모다. 대체투자 자산 내로 국한하면 비중이 35%를 넘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중을 연말까지 3%포인트 추가로 늘린다는 것은 행정공제회가 그만큼 사모신용 자산을 매력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올해 자산운용 목표를 고려하면 행정공제회의 사모신용 자산 목표액은 연말께 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직원공제회는 사모신용 자산 중에서도 사모대출(Private Debt·PD) 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교직원공제회의 사모대출 규모는 1조4천억원이다. 전체 자산 중에선 3.9%, 해외 기업금융 자산 중에선 비중이 37.5%에 이른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해외 기업금융 자산 중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모대출 비중을 사모펀드(PEF) 비중과 적절히 관리 중"이라며 "PD와 PE의 비중을 50대 50으로 가져가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모대출은 은행 등에서 대출이 여의치 않은 중간 신용등급의 기업이나 인수합병 기업에 돈을 직접 빌려주는 '다이렉트 렌딩' 전략 등이 주를 이룬다.

사모신용은 통상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투자 형태로 여겨진다. 투자등급 회사채부터 대출담보부증권(CLO), 상업용부동산모기지(CMBS) 등 구조화채권,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의 부실 자산(distressed)까지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음악에 대한 로열티를 현금화하는 투자상품도 나오는 등 외연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중이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실사도 어려워졌고 거래도 침체돼 적정 가치를 산출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자산운용 계획에 따라 대체투자 자산에 자금은 배분해야 해서 중위험·중수익이면서 투자 아이디어가 다양한 프라이빗 크레딧이 떠오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자금흐름이 망가진 해외 중견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프라이빗 크레딧 수요가 늘고 있는데 해외 자산운용사들도 재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국내 운용사들도 프라이빗 크레딧 전문 법인을 설립하고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토종 사모펀드 IMM이다. 작년 9월 말 사모신용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IMM 크레딧솔루션(ICS)을 설립했다. 박찬우 IMM PE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ICS는 일단 개별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트랙 레코드를 쌓은 뒤 장기적으론 블라인드 펀드를 모집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ICS가 참여한 SK루브리컨츠의 소수지분 매각 건은 그런 점에서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SK루브리컨츠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지분 49%를 사전 매각하는데 IMM은 사모신용펀드를 앞세워 입찰에 뛰어들었다. 국내 사모신용펀드가 소수지분 매각 건에 참여한 첫 사례다.

이를 위해 IMM은 주요 연기금과 출자를 협의 중인데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사모신용 투자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금들의 수요가 상당한 만큼 사모신용펀드 시장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통상 PEF는 10% 중반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반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크레딧펀드는 목표 수익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 건에선 경쟁력이 있다"며 "SK루브리컨츠 입찰에서 크레딧 펀드의 경쟁력이 드러나면 다른 사모펀드도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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