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커브 플래트닝' 장세가 점쳐지던 가운데 베어 플래트닝에서 불 플래트닝으로 전망이 옮겨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국채선물 대량 매수와 최근 입찰에서의 실수요 확인 등으로 커브 전략에 대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전일 10년 국채선물을 역대 가장 큰 규모인 9천325계약 사들였다.

3년 국채선물도 4천730계약 사들이며 전일에만 국채선물 시장에서 총 1만4천계약 넘는 매수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수에 대해 향후 롱(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서울 채권시장에선 베어 플래트닝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는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다고 평가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가 지목된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수준에 대한 한은 총재의 언급에 관심이 쏠렸으나 지난번 기자간담회와 달리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됐다.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국고 3년 부근을 중심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는 점도 베어 플래트닝 장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전일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국채선물 대량 매집에 불 플래트닝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이 통안채 당월 발행물과 3년 선물 등 단기 쪽을 많이 사들이면서 베어 플래트닝 뷰가 약해졌다"며 "현재 불 플래트닝 분위기를 많이들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현물 시장에서도 원화채권을 월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외국인은 이달에도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높아진 금리 레벨 속에서 저가매수에 들어갈 만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매수 수요는 최근 진행된 입찰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고채 장기물 입찰이 부진하면서 수급 부담이 커졌고, 지난달 말 입찰 공백기를 맞아 일시적으로 강세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12일 진행된 국고채 3년물 입찰을 기점으로 지난 16일 실시된 50년물 등 입찰이 있었던 날 채권시장은 오히려 강세를 연출했다.

특히 초장기 쪽 수요가 확인됐다는 측면이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데 주효했다. 당시 초장기뿐 아니라 국고 10년 등 주변 구간의 강세 또한 이끌었다.

해외금리 하락세도 롱 뷰를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주 중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락하면서 1.6%를 깨고 내렸다.

소비와 고용 지표가 큰 호조를 나타냈지만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채권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어느 정도의 시계인지에 따라 전망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밀리든 강해지든 심하지만 않다면 현재 캐리가 많이 나와 버틸 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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