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지속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의 도미노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날부터 아산공장 재가동에 들어간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지난 12~13일에 이어 19~20일 추가 휴업을 진행했다.

4일간의 휴업으로 약 4천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랜저는 지난해 국내에서 14만5천463대가 판매되며 4년 연속 판매 1위에 올랐고, 올해 1분기에도 2만5천861대가 팔렸다.

쏘나타는 판매 부진으로 작년 말과 지난달 일시적으로 생산을 조절하기도 했다.

아산공장과 함께 현대차는 울산1공장에서도 코나 전방 카메라 반도체와 아이오닉 5 PE모터 모듈(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전기차 구동 시스템) 수급 차질로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돌입한 바 있다.

아반떼와 베뉴 등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은 지난 10일 특근을 취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추가적인 생산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대형 세단 등에 반도체를 우선 배정해 공급난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체 가능한 범용 반도체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나마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마저도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을 반복해 중단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해온 한국GM은 이번 주 부평 1·2공장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부평 1공장에서는 쉐보레 인기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2공장에는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가동으로 이달 판매와 2분기 경영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

한국GM은 지난달 부평2공장 감산 영향으로 전체 판매량이 작년보다 21.8% 감소한 2만9천633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휴업으로 트레일블레이저는 약 4천800대, 트랙스는 1천2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26일 생산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확보 상황 등을 고려해 다음 주 중 운영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부품업체 반도체 수급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업체들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향후 부평 공장의 생산 손실을 최대한 회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 역시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8∼16일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기업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른 협력업체 부품 공급 중간으로 오는 23일까지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의 생산 재개 예정일은 오는 26일이지만 부품 수급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앞서 지난 2월 유동성 위기에 따른 협력사 납품 거부로 사흘만 공장을 가동해 3천대를 밑도는 판매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에 쌍용차의 1분기 판매는 1만2천627대로 27.9% 줄었다.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프랑스 르노그룹에 원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일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해외사업총괄 부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했으며 이 자리에서 르노 측에 국내에서 원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이뤄지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폭스바겐과 GM, 포드, 토요타,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감산에 들어간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 매출이 약 606억달러(68조원)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약 12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재가동을 시작했고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도 최근 55㎚ 생산라인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차량용 반도체 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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