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개 국가 사람들에게 미래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물었다. 55~70세 응답자의 약 82%가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중 하나로 노후재정 문제를 꼽았다. 젊은 층의 다수도 동일하게 응답했다. OECD 회원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노후 걱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는 노후준비가 매우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준비하지 못한 고령가구가 대한민국의 최저 소득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지, 국가 간 상대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노인은 66세 이상 가구주이며 빈곤율은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의미하는데 2018년 기준 43.4%에 달한다. 노인과 전체 빈곤율(16.7%)의 차이는 26.7%포인트에 달한다. 이 또한 OECD 회원국 중 최고이다. 근로소득이 없어지거나 줄어든 은퇴 이후 급격하게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얘기이다.

은퇴하면 연금소득이 주 수입원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소득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부족한가? 이는 취업(22세·1996년생 기준) 이후 연금수령 이전까지의 소득(평균 기준)을 연금소득이 얼마나 대체하는가를 나타내는 연금소득대체율을 비교해보면 잘 드러난다. 대체율은 은퇴 이전과 이후의 소득세, 사회보장부담금 등의 차이를 반영하는가에 따라 총(gross)과 순(net) 값으로 나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대체율과 순대체율은 각각 37.3%, 43.4%로 OECD 국가 평균치(49.0%, 58.6%)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차이가 시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은퇴 이후 지출이 줄어든다고 해도 연금소득이 최소 5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수준에 미달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경우 총대체율과 순대체율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에서 소득세나 사회보장제도가 은퇴자를 배려하는 정도가 약하다.

소득대체율 산정시 포함되는 연금의 범위가 중요하다. OECD는 각국 연금제도를 의무 공적연금과 의무 사적연금, 임의 연금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비교는 의무 연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임의 연금까지 포괄하여 대체율이 산출되는 나라들은 미국, 영국, 독일 등 10개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의 순대체율은 평균 65.4%에 달하는데 그 수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의무 연금이 부족하다면 임의 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 연금을 기준으로 한 10개국의 순소득대체율은 평균 44.9%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임의 연금까지 포함할 때 대체율은 20% 포인트 이상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35.9%→81.1%), 미국(49.4%→83.7%), 영국(28.4%→61.0%), 캐나다(50.7%→83.3%), 일본(36.8%→61.5%) 등에서 개선 정도가 두드러진다.

OECD 통계상 우리나라의 연금소득대체율은 의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의무 사적연금(퇴직연금)과 임의 연금(개인연금)을 추가하면 대체율은 높아진다.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퇴직연금을 합한 총소득대체율은 45% 내외, 개인연금까지 합한 총소득대체율은 52%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퇴직급여가 연금으로 전환된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으로 일시금 수령이 압도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대체율 개선 효과는 7~8%포인트 정도에 그친다.

결국 연금소득대체율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국민연금과 사적연금 중에 무엇을 강화할 것인지 방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장 및 재분배 기능과 저축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현 수준의 국민연금을 기반으로 취약한 사적연금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사적연금은 금융시장 활성화와 민간 금융회사의 역할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적연금을 구성하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을 전반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납입, 운용, 수령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제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연금계좌의 납입한도 확대와 세제혜택 강화, 운용제한의 완화와 디폴트 옵션 도입, 연금소득 세율 인하와 사회보장부담금 감소 등이 그것이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주택연금 가입 제한 폐지와 세제혜택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적연금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근로 기간도 더 늘어나야 한다. 고령화와 건강수명의 연장에 따라 정년이 늘어나고 연금수령 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OECD 추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64세 근로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60년 90명에 도달한다. 그때가 되면 고령화의 대명사인 일본을 한참 앞지르게 된다. 일본은 먼저 움직였는데 우리는 한참 늦었다.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양립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근로조건도 달라져야 한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