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해는 물론 2022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자동차 브레이크와 도어, 와이퍼를 통제하는 차량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부족 현상은 이제 스마트폰과 노트북, 세탁기, 냉장고 등에 쓰이는 반도체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에 그야말로 글로벌한 파괴적 충격을 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지금은 반도체 부문에만 한정되고 있지만, 일부 저마진 소비자제품은 반도체 부족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족의 첫번째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화웨이에 대한 수출제재가 큰 파급효과를 미쳤다고 지적했다.

공급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가정하에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적기(just-in-time)' 재고 관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화웨이와 같은 중국의 IT기업들이 돌연 반도체 재고를 늘리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악순환을 초래했다.

재고를 많이 쌓을수록 공급은 빡빡해지고 더 많은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 것이다.

화웨이는 이런 상황을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상하이소재 반도체 리서치업체 IC와이즈 시에뤼펑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것이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면서 "만약 화웨이만 재고를 쌓았다면 불안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겠지만,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모두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자 반도체를 미친 듯이 사들였으며 이는 엄청난 수요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의 한 반도체 설계회사의 익명의 고위 임원은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가 작년 3분기에 화웨이의 주문을 맞추려고 서둘렀다면서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의 주문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TSMC와 중신궈지(SMIC) 등의 핵심 고객이었다. 두 업체는 작년 9월15일부터 화웨이 제재가 발효되면서 선적을 화웨이에 선적을 중단했다.

팬데믹의 영향도 크다.

자동차 매출이 지난해 말부터 반등했지만, 반도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금세 드러났다.

TSMC 최고경영자(CEO)인 CC 웨이는 "자동차 고객사들이 2020년 3분기까지 수요를 계속해서 줄였다"면서 "2020년 4분기에 갑작스러운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은 더 복잡하게 움직인다.

자동차업체들은 TSMC와 같은 반도체 업체에 직접 주문을 넣지 않는다.

대신 최상위급 공급업체인 컨티넨탈 AG나 보쉬 등에 주문을 넣고, 이후에 차상위 반도체 공급사인 NXP반도체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 STM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재분배하는 것이다.

이들 차량반도체 업체 역시 설비 제약 문제에 종종 부딪히게 되고 TSMC와 같은 계약 제조사에 주문을 아웃소싱하기도 한다.

SCMP는 자동차 업계의 정확한 반도체 수요 곡선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단기적 재료라면 생산 설비는 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운드리가 새로운 생산능력을 확충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IC와이즈의 시에는 "파운드리의 캐파 확대는 장비 인도 지연 등으로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SMIC의 경우 팬데믹과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일부 장비를 받기까지 15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한 파운드리가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를 늘리는 것을 일반적으로 꺼린다고 시에는 지적했다.

차량 반도체는 40나노미터에서 90나노미터 수준의 기술 수준이 낮은 공정을 이용해 마진이 낮기 때문이다.

TSMC의 경우 2019년 차량반도체로 인한 매출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시에는 "자동차 수요는 (최근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간에 안정적이었으며 반도체 공장은 지나치게 설비를 늘리면 나중에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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