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PEPP 채권매입 정책, 한은 단순매입 규모에 영향 가능성

한은 상반기 3~5조 규모 단순매입 남겨둬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한국은행의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적인 시그널을 확인한 서울채권시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도 시선이 향하는 모습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채권매입 정책 변화가 오는 상반기까지 추가 국채매입 계획을 남겨둔 한국은행의 스탠스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오는 22일 ECB를 시작으로 다음 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지난주 금통위가 다소 매파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끝난 뒤에 국내장은 뚜렷한 모멘텀 없이 외국인 수급에 의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재료가 부재한 만큼 하나둘 다가오는 주요국 통화정책 이벤트를 확인하고 난 뒤에 움직이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가깝게는 이번 달 ECB 회의에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매입 규모와 속도 등에서 향후 정책 변화가 가시화할지 등에 주목했다.

특히 경기 회복 사이클이 빠른 중국에서도 유동성 회수 우려가 나온 데 이어서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채권매입 정책 변화를 두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존 성장 전망을 둘러싼 위험이 점차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PEPP 매입은 우호적인 금융 여건이 유지된다면 재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CB 위원들도 지난달 의사록에서도 향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자산매입 규모 축소는 금리 인상 훨씬 전에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ECB 회의에서 채권 매입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독일 금리가 많이 올랐다"며 "시장이 빠르게 선반영하다 보니 2분기 중에 매입 속도가 빨라져도 총 한도는 정해져 있다면 테이퍼링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ECB 매입 규모를 보면 이전에 얘기한 규모나 속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에 유동성을 추가 공급 안 해도 경기가 나아진다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ECB는 지난해 12월 PEPP 규모를 5천억 유로 확대했다. 그 이후에는 내년 3월 말까지 1조8천500억 유로로 유지하되 매입 속도를 높이기로 한 상태다.

유럽의 채권매입 축소는 국내 한국은행의 국채매입 기대감을 축소하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까지 5~7조 원 국고채 매입계획을 밝혔고, 2조 원을 지난 3월에 실시한 바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총재 간담회에서) 국고 3년 금리 상승에도 시중에 CD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했다"며 "결국 유동성을 회수하고 싶다는 얘기를 최대한 돌려서 말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유럽도 이전에 밝힌 것보다 채권 매입을 적게 하고, 미국도 언제 자산매입을 축소할지 모른다면 한은이 적극적으로 국채 매입을 한다면 타이밍이나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며 "국채매입 발표가 주목을 받은 만큼 최소한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 주간 채권매입 규모, 단위:백만유로>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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