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한 시중은행 CD 지표물, 시장가격보다 '10bp' 오버 발행

"현 고시체계 빈틈 노렸나" 의혹 제기

금융당국은 CD산출 개선안 승인에 5개월째 질질 끌어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은행들의 CD 발행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가 또다시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양도성 예금증서(CD) 고시금리 산출 개선안 승인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일부 은행에서 지표물 CD를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높은 금리)으로 발행했다.

시장 일부에선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CD 고시금리가 실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발행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22일 연합인포맥스 CD발행 화면에 따르면 전일 A 시중은행이 발행한 3개월물 CD는 0.73% 수준에서 3천500억 원 발행됐다.

같은 날 동일한 등급의 B 시중은행의 8개월물 CD가 0.63~0.65%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금리 차이는 8~10bp에 이른다.

만기가 연내 6월 11일에 도래하는 A은행 유통물 CD는 0.59~0.60%대에서 거래됐다.

CD의 만기가 연내 도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수요가 차별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물 CD 발행은 0.6%대 수준의 금리가 적정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규제 등으로 시장에 CD에 대한 수요가 탄탄하게 확인되는 상황에도 은행의 CD 지표물 발행금리가 높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행 CD 고시금리 산정 체계가 당일 지표물 발행금리를 우선으로 반영한다는 점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시장가보다 높은 금리에 CD 발행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처럼 A은행 CD 발행물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 수준보다 이례적으로 높게 발행하면 CD 고시금리는 시장 가격과의 괴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한 91일물 CD 금리는 0.73%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에서 3개월물이 0.60%/0.63% 수준에서 대치된다"며 "A 시중은행 발행물은 오버 10~13bp로 발행했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시장에서 수요는 발행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마감됐다"며 "시장 금리랑 동떨어지게 발행해서 CD 고시금리를 유지한 게 아닌지 의심이 된다. 충분히 0.65% 수준에서도 금방 수요를 모았을 것 같은데 이건 해도 너무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CD와 비슷한 성격의 상품으로 비교되는 은행채 3개월물 금리는 전일 민간평가사 기준으로 0.685%를 기록했다.

은행이 CD 금리에 연계하는 대출상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CD금리 하락을 원하지 않아, 지표물 발행 금리를 높였다는 비판까지 뒤따랐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가 반영을 못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은행이 CD를 그 금리에 발행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면서도 "충분히 의혹을 가질 수 있다. CD 발행을 1~2bp 높게 하는 것보다 CD금리 연동한 대출이 바뀌는 것은 손익 차이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유통물 거래를 고시체계에 반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CD 고시금리 개정안 승인을 5개월째 미뤄두고 있다.

현재 CD 산출 개선안을 적용한 라이브 테스트(모의시험)는 지난해 11월에 종료됐지만, 그 이후에 금융위원회를 통한 산출법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다.

이 같은 지표금리 개선 및 무위험지표 금리(RFR) 개발 작업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지난 2019년 6월 출범한 지표금리 개선 추진단 산하로 진행된다.



<금투협 91일물 CD 고시금리(적)와 민평 AAA 3개월물 금리(청) 추이>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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