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완화 축소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일본은행은 4월 들어 처음으로 ETF를 매입했다.

지난 20일 오전 토픽스 지수가 1.2% 하락했음에도 ETF를 매입하지 않았던 일본은행은 21일 오전 토픽스 지수가 2.2% 추락하자 매입에 나섰다.

한 시장 관계자는 "주가가 이 정도 낮아지지 않으면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오전장에 주가가 0.5% 하락하면 일본은행이 ETF 매입에 나서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와 같은 경험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3월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ETF의 연간 매입 목표치인 6조 엔을 폐기했다. 연간 매입 상한선인 12조 엔은 유지했다. 무분별한 매입을 피하되 주가 급락시 대규모로 매입할 수 있도록 전략을 변경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주식 전략가는 일본은행이 20일 ETF를 매입하지 않은 데 대해 "일본은행의 (ETF) 매입 축소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조금씩 줄어나가고 싶어하는 일본은행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도 "기계적, 단기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으로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토픽스의 오전 가격뿐만 아니라 과거 이동평균과의 괴리율 등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해 보다 유연하고 복잡한 규칙을 세웠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구로다 총재는 아직 금융완화 출구와 구체적인 대응을 검토할 시기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스텔스 완화 축소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의 고바야시 신이치로는 "일본은행이 앞으로도 ETF 매입 축소 방침을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채 스탤스적으로(조용히) 서서히 매입액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ETF뿐만 아니라 국채 매입 운영(공개시장조작)에서도 매입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말 발표한 4월 매입 운영 방침에서는 월간 매입액이 전월보다 줄었으며, 국채금리 하락세로 5월에도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26~27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를 개최한다. 금융정책은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ETF와 국채 등 자산매입을 둘러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에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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