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캐나다중앙은행(BOC)이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양적완화를 축소(테이퍼링)하기로 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연준은 경제가 상당한 개선을 보일 때까지 현행 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캐나다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가 연준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글로벌 중앙은행 정책 차별화 시작되나

21일(현지시간) BOC는 기준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를 0.25%로 동결했으나 26일부터 주간 국채매입 규모를 40억캐나다달러에서 30억캐나다달러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BOC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예상 시점을 기존 2023년에서 2022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시장에서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했다.

모넥스 캐나다의 한 애널리스트는 "BOC가 상당히 매파적인 메시지를 줬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점차 잠잠해지면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리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BOC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다른 중앙은행도 잇따라 완화 축소를 시사하거나 단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노르웨이중앙은행은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더 빨리 정상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 시기를 2022년 상반기에서 올해 하반기로 앞당겼다.

같은 달 러시아는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4.50%로 25bp 인상했고, 앞서 브라질도 6년만에 기준금리를 2.75%로 75bp 올렸다.

일본은행은 표면적으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국채 매입량을 줄이고 있어 스텔스 테이퍼링(조용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연준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현실화하기까지는 당분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행 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완화 정책 확대'로 움직이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점차 차별화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연준, 움직이지 않는 이유 설명해야 할 듯"

시장 참가자들은 BOC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연준에 어떤 시사점을 던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최근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음에도 연준이 아직 완화 입장을 강경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중앙은행의 입장 변화가 연준에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킬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받는 압박감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NG은행은 "(BOC의) 놀라운 매파적 행보는 미국에 흥미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이 캐나다보다 경제 성장세와 고용 등이 강하다. 그런데도 2024년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압박을 연준이 좀 더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BOC의 결정이 내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더 낙관적인 전망을 꺼내도록 하는 요인이 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퍼포즈인베스트먼츠의 그렉 테일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중앙은행이 가스(페달)에서 약간 발을 떼 경기부양책의 일부를 제거하기 시작한다면 금융시장이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중앙은행의 변화가 내년이나 2023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테일러 CIO는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나오기 시작했다며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좀 더 나아지고 있다고 중앙은행들이 인정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테일러 CIO는 이달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과 연준의 정례회의를 주목하며 세계 최대 중앙은행이 어떠한 형태로든 테이퍼링 신호를 비친다면 이는 큰 놀라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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