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비트코인 가격이 낙폭이 확대되는 데는 레버리지 베팅과 강제 청산 물량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5만 달러를 밑돈 49,334달러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 동부시간 기준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20분 만에 최대 17%가량 떨어진 바 있다. 당시엔 미 재무부가 일부 금융기관들이 돈세탁 용도로 가상화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 이에 대한 기소 준비를 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일부 회복됐으나 최근의 폭락은 그만큼 비트코인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모멘텀 구조 분석의 마이클 올리버는 비트코인이 3월에 6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상승 속도가 둔화하고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서 거래되면서 랠리가 멈출 것이라는 신호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폭락의 단초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대다수 트레이더는 투자자들이 해외에 구축해둔 엄청난 규모의 레버리지 베팅이 매도세를 가속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데이터 제공업체 Bybt 자료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지난주 일요일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의한 청산으로 101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당일 청산된 자금의 90% 이상은 비트코인이나 다른 디지털 화폐에 대한 매수 베팅이었다.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에서만 청산된 자금이 50억 달러에 달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파생상품 거래에 자동 청산이 발생했고, 이는 또다시 비트코인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해 추가 청산을 촉발하는 식이다.

쿠웨이트의 한 투자자인 자심은 새벽 5시에 전화 속 알람에 일어나 바이낸스가 자산의 거래 중 일부를 강제 청산하는 것을 지켜봤으며 이후 급격한 손실로 다른 거래들도 폐쇄했다. 자심은 하루에만 9천 달러를 잃었다.

바이낸스와 같은 거래소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돈만 예치해도 대규모 베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선물을 샀다고 가정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몇 배의 돈을 벌 수 있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때 투자자는 손실을 막기 위해 신규 자금을 투입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거래소는 해당 거래를 강제 청산한다.

컴버랜드의 크리스 쥘케 글로벌 헤드는 "(투자자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대규모 청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시장에 혼란을 더한 것은 바이낸스를 포함한 일부 거래소의 접속이 일시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더들은 거래소에 접속이 불가능해지면서 가뜩이나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유동성이 고갈됐고, 이에 따라 가격 움직임이 더욱 극대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외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들은 개인 투자자들에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바이낸스의 경우 투자자들은 일부 선물 계약에서 125대 1의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80센트만 예치해도 100달러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규제를 받는 미국 내 거래소인 CME 그룹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의 경우 최소 38달러를 예치해야 하며 거래소는 더 많은 마진을 요구한다.

바이낸스는 최근 많은 상품에 제공하던 레버리지 비율을 낮춰 일부 사용자만이 125:1의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거래업체 GSR의 리치 로젠블럼 대표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은 여전히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하는 개인들에 의해 과도하게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모멘텀이 흔들리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로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감소하고,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상장 이후 미온적인 모습이라는 점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OKEx)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구축하는 대규모 비트코인 거래 건수가 작년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에 약간 줄어들었다.

리서치 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4월에 가상화폐 업계 펀드 운용사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전달보다 4.5% 줄어든 560억 달러로 집계됐다.

코인베이스의 상장이 업계에는 기념비적 이벤트였지만, 이는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야 한다는 신호였을 수도 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거래 첫날 시가총액이 85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엄청난 기세로 출발했으나 주가는 최근 4월 14일 시초가인 381달러보다 낮아진 293.45달러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도 같은 날에 고점을 기록해 줄곧 하락세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22시 0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