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주식, 코인에 이어 비상장주 장외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상장 계획을 발표한 비상장 기업 중엔 시가총액이 수십조원까지 치솟는 곳들도 있어 일각에서는 상장 후 오히려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장외가가 10만6천원까지 치솟으며 시가 총액 43조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7월 상장 예정으로 국내 인터넷 은행 중 1위 기업으로 꼽힌다.

인터넷 은행 중에는 업계 선두권이라고 하나, 현재 장외 시총은 국내 금융주 중 시총 1위인 KB금융(23조원)에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그간 카카오뱅크가 카카오 및 기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 금액 기준 밸류에이션은 9조3천억원정도로 현재 시가총액의 20% 수준이다.

최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크래프톤도 장외 '고래'로 꼽힌다.

크래프톤의 최근 거래가는 285만원으로 시가총액 24조원 수준이다.

크래프톤 역시 기관투자자에 투자받은 금액 기준으로 본 밸류에이션은 15조원 수준으로 현재 장외가보다 10조원가량 낮다.

주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18조7천억원)나 넷마블(12조원), 펄어비스(4조원)와 비교해도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대기업 계열사 중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채비를 하고 있으나 장외에서 형성된 높은 주가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주가는 135만원으로 시가총액 10조원에 이른다.

현대건설(5조7천억원), GS건설(4조원), 대우건설(3조원)의 몇배는 되는 밸류에이션에 현재 장외 주가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형 건설사들의 주당순이익(PER)이 10배 이하, 주당순자산(PBR)이 1배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며 "회사에서 생각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받지 못할 경우 상장 철회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상장주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실제로 상장 후 주가가 장외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장외가 20만원까지도 올랐으나 현재 15만원에 거래되는 추세다.

신라젠 역시 장외에서 3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상장 첫날 1만2천850원으로 하락, 현재는 1만2천원대에 거래 정지된 상태다.

이 같은 양상에 비상장주 관련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장외주 투자에 주의하고 기업가치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례처럼 상장 후 주가가 장외가보다 낮아서 손해를 입는 개인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다"며 "비상장 주식은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장 소식이 나왔다고 투자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도 "성장 기업은 기업 가치를 기존의 평가 방식이 아니라 해외 동종 기업 등으로 비교하고 기대하게 되어 주가에 이런 심리가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업 공개가 임박한 종목은 장외에서 더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서 상장 후 가격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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