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은행권이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 종료에 대비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적립규모가 5조4천억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62%에 달하는 수준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권의 작년말 개인사업자대출 중 부실징후여신 비중은 20.4%라고 집계했다.

총여신 대비로는 4.1%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은행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0.6%인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이다.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대출의 자산건전성 분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하회하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 10배를 초과할 경우 부실징후여신으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이 줄고 차입금·금융비용이 증가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은 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은행별로는 지방은행권에서 총여신 대비 부실징후여신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제주은행이 11.5%로 가장 높았고 대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순으로 각각 5.7%, 5.5%, 5.3%, 4.4%, 3.9%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의 부실징후여신 비중이 5.3%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하나은행, 한국SC제일은행 순으로 각각 4.1%, 3.2%, 2.9%, 1.0%, 0.6%로 집계됐다.

한기평은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징후여신의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될 것을 대비해 선제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조4천억원으로 산출했다. 총여신 대비 0.4% 수준이다. 여기서 금리가 1%포인트(P) 상승하고 소상공인 평균 부채가 1억원 증가하는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6조원으로 증가한다.

부실징후여신에 대해 감독 규정상 요주의에 해당하는 최저 충당금 적립률(7%)을 적용한 결과다.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이고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 음수 또는 50배 이상인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 최저 충당금 적립률(20%)을 적용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과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의 총여신 대비 추가 필요 충당금 적립률은 0.5%로 업계 평균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다. 제주은행은 추가 필요 충당금 적립 규모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5배에 달해 부담이 클 전망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은행권은 기대신용손실평가 강화로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고 일부 은행은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대출을 스테이지2로 재분류해 충당금 적립을 확대했다"며 "따라서 개인사업자대출 부실 확대에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요주의·고정 이하로의 건전성 저하가 현실화할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에 따른 실적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1년간 총여신 내 취약업종 여신비중 확대가 억제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에도 9개 취약업종 가운데 자동차제조업과 섬유화학제조업은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2.2%에서 각각 2.6%와 2.3%로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형삼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두 업종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취약업종 여신 비중은 시중은행 18.1% 대비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의 각각 28.4%와 27.4%로 업계 평균 22% 대비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이후 경기 회복·기업 경영활동 정상화를 기점으로 금융지원조치의 점진적인 축소가 예상된다"며 "일부 한계차주 여신은 부실화 가능성이 존재해 은행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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