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지표물 발행이 다시 또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의 CD 지표물 활성화 및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면서 성과를 보이는가 싶었지만, 돌연 정책 효과를 잃어버리면서 은행들의 이런 태도 변화를 두고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연합인포맥스 CD 발행(화면번호 4360)에 따르면 이달 발행된 CD 발행량은 총 3조6천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만기가 80일~100일 사이인 지표물 발행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2월부터 당국이 내놓은 CD 지표물 활성화 방안이 시행되면서 은행들의 CD 지표물 발행이 큰 폭 늘어났지만, 어느새 발행은 뜸해진 모습이다.

CD 발행액 기준으로 이번 달 지표물 비중은 10%가량으로, 지난 2월과 3월에는 그 비중이 각각 84%와 38%가량이었다는 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지난 2월과 3월, 4월 CD 발행량 중 지표물 비중>



◇ 자금 조달 수요에도 CD 지표물 발행 피한다…정책효과 다했나?

이처럼 CD 지표물 발행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은행들의 자금 조달 수요는 이번 달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달 발행된 CD와 은행채는 모두 순발행 기조를 나타냈다.

이달 중 만기도래분을 제외한 CD 순발행 규모는 2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과 3월 순발행액이 1조5천950억 원과 1조2천450억 원인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이번 달 CD를 통한 자금 조달 수요는 더 커진 모습이다.

특수은행채를 제외한 은행채도 이달에만 4천600억 원가량 순발행을 기록했다.

결국 은행들이 각자의 자금 스케줄에 맞춰 CD와 은행채 발행 필요를 조절한다고 해도 의도적으로 CD 지표물 발행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자 당국이 내놓은 지표물 발행 유인책에도 효용성 문제가 불거졌다.

지표물 CD의 경우 기타물보다 예수금 인정 비율을 더 높게 적용해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지표물과 기타물 모두 100% 동일하게 적용하던 것을 지표물 150%, 기타물 50%까지로 차등 적용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은 지방은행과 달리 예대율은 그나마 양호한 상황이다"며 "작년 말 기준으로 대부분 95% 수준으로 원래 기준(100)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정책적 유인을 외면하면서 지표물 CD 발행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 덩달아 CD 고시금리도 실거래가 괴리…당국 모니터링 의구심 커져

CD 지표물 발행이 끊기는 사이에 CD 고시금리는 실거래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고정되는 등 괴리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CD 고시금리는 지난 11거래일 동안 변동 없이 0.73%로 유지되고 있다.

전일 민간평가사 금리 기준 은행채 AAA 3개월물은 0.683%로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지표물 발행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을 더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 21일 CD 지표물 발행에 나섰지만, 발행 금리가 시장 금리에서 벗어나 괴리가 크다는 의혹이 일었다.(지난 4월 22일 오전 9시26분 송고한 "은행권의 이상한 CD발행…'오버 10bp' 출현에 의도적 금리 높이기 의혹" 기사 참조)

당시에 금융당국은 해당 유통거래 금리가 유독 강했다고 판단한 걸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23일과 26일 3개월물 CD는 0.64~0.65%에 거래됐고, 지난 27일에는 CD 1년물이 지표물(91일물) 금리에 발행되면서 고시금리 적정성에는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에서 CD 수요를 찾는 곳이 많으면 발행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 것이 맞고, 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CD 고시금리는 기존에 그랬던 것처럼 경직성을 계속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2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