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이 연초 수준으로 달러-원 하단을 열어두는 가운데 예상보다 하락폭이 제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30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1,108.20원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 2월 25일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100원대 종가를 기록했다.

한동안 1,110원 선에서 하단이 막히던 달러-원이 전일 1,100원대로 하락하면서 환시에서의 투자심리도 환율 추가 하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로 주춤했던 달러화 약세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지표 호조로 인한 위험심리 회복과 국내 성장률 지표 호조 등이 달러-원 하락 동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하락 속도는 완만한 모습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달러-원 환율 하단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110~1,111원 선이 상단 저항선으로 바뀔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에도 달러-원이 1,110원 선을 터치하며 1,100원대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1,120원대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일부에서는 1,110원 선에서 환율 하단이 막히는 것이 당국의 속도 조절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와 더불어 수입이 늘어난 데 따른 대규모 결제수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전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서는 수출과 수입물량지수가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수입물량과 금액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교역 회복에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이 크게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한은은 별도의 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들어 수입이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하는 등 두 자릿수 증가로 전환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수입 증가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수출 및 투자의 회복세 ▲내구재 소비 확대 ▲원자재 가격 반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수입 증가 배경을 볼 때 앞으로 수입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 증가세와 더불어 수입이 빠르게 늘면서 외환시장 수급 지형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538억3천만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은 18.8% 증가한 496억5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환시 참가자들은 경제 회복에 수출이 증가한 가운데 수입도 증가하면서 수급 공방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한동안 달러-원 하단이 1,110원 선에서 막히면서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며 "다들 수출 증가에 관심이 쏠린 사이 수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최근 결제물량이 꾸준히 하단을 받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다만, 최근 이틀간 위험심리 회복과 달러화 약세 재개, 월말 네고물량 및 중공업체 수주 소식 등은 달러-원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1,110~1,111원 부근이 지지선에서 저항성으로 바뀌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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