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 일가가 30일 공개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 주식 배분 현황은 가족간 화합을 꾀하면서도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지배력을 좀 더 높이려는 결과물로 풀이된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의 절반을 이재용 부회장에 몰아준 것은 일단 이 부회장을 통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또다른 핵심 축인 삼성전자 주식을 법정비율대로 상속하면서 당장의 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유보하는 동시에 가족간 유산 상속에 따른 잡음을 내지 않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분산하려는 점도 고려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 일가는 30일 이건희 회장 유산에 대해 국세청에 12조여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로 2조여원의 상속세를 납부하면서 상속과 관련한 일련의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

이번 상속 주식 배분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 중 절반을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종전에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상속을 통해 지분율이 10.44%로 대폭 늘어났다.

이로써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생명의 2대 주주에 올라서게 됐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상속으로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대신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은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유족 4명에게 상속됐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가장 많은 9분의 3을 상속받았고,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의 비율로 균등하게 물려받았다.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몰아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결국은 법정비율대로 나뉘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4.18%의 지분 모두를 이 부회장이 모두 넘겨받을 경우 상속세 납부 부담이 대폭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받을 경우 상속세가 9조원에 달해 이 부회장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삼성 일가의 주식 배당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12조원이 넘는 막대한 상속세 마련에 대비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을 통해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역시 강화했다.

삼성물산 역시 법정비율대로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 120만5천720주(1천640억)씩 상속했고,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17.48%에서 18.13%로 늘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절반가량 매각할 경우 상속세를 상당 부분 조달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이 부회장이 상속받은 삼성생명 지분 가운데 절반인 10%가량을 매각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일가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은 법정 비율대로 상속해서 가족 간 화합 역시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홍라희 여사와 세 자녀 등 이건희 회장의 유족 4인은 이날 용산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하고, 신고세액의 6분의 1인 2조여원을 납부했다.

유족의 상속세 신고 기한은 이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이 부회장 등 유족 4인은 앞으로 5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나머지 상속세를 분납할 예정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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