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1분기 은행 금융지주에 증권 자회사는 확실한 '캐시카우' 였다. 증시 호황에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고, 투자은행(IB) 역량에 따른 성과가 빛을 발하면서 그룹 내 비은행 사업 부문의 성과를 주도했다.

제대로 성장한 증권사의 유무는 금융지주의 성장을 담보하는 필수 요건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자본을 확충해 증권 자회사를 육성하는 금융지주가 부쩍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라임사태와 같은 사모펀드와 해외 부동산 투자 같은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그룹의 캐시카우를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금융지주에 국내외 증권사 인수합병(M&A)은 최우선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실적 날개 단 증권사들…NH·KB '독보적'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농협금융지주의 증권 자회사는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NH투자증권의 성장이 가장 눈부셨다. 농협금융지주가 보유한 자회사 중 유일한 업계 톱티어인 NH투자증권은 그룹에 편입된 이후 오랜 시간 캐시카우 역할을 자처해왔다.

올해 1분기에는 무려 2천5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700% 가까이 성장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240%나 이익이 늘었다.

자본과 자산의 크기가 성과와 직결되는 증권사의 성격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와 IB 전 부분에 걸쳐 다른 금융지주 증권 자회사를 능가하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시현했다. 특히 농협금융만의 독특한 비용인 농업지원사업비를 고려하면 순이익 규모는 2천630억 원까지 늘어난다. 자기자본이익률도 무려 17.66%를 기록했다.

KB증권도 2천21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선전했다. 전년도 기록한 적자에서의 탈출은 물론 직전분기 대비로는 153.8%의 성장에 성공했다. 특히 IB 부문의 실적이 갖는 의미가 컸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1천681억 원과 1천368억 원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0.4%, 192.6%씩 성장했다.

올해 증권사의 호실적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브로커리지와 IB 관련 수수료가 늘었고, 자기매매 이익도 급증했다. 이중 IB 부문의 성과는 차별성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다른 금융지주 증권사와 비교해 눈에 띄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증자에 M&A까지…증권사 몸값 오른다.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105560]는 M&A를 통해 증권 자회사의 경쟁력을 키웠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단연 농협금융이다. 과거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지금의 NH투자증권으로 탈바꿈하면서 금융지주로서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그룹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육성했다. KB금융도 현대증권을 인수해 기존 증권사와 합병함으로써 지금의 KB증권을 만들었다. 신한금융지주[055550]와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증권 부문은 KB금융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086790]는 꾸준한 증자로 증권 자회사를 육성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최근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를 업계 톱티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유일하게 증권 자회사가 없다. 때론 농협금융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는 것은 증권 자회사의 공백 탓이다. 우리금융이 M&A의 최우선 순위에 증권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비단 우리금융만 증권사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 KB금융 등 비은행 강화를 강조하는 금융지주는 꾸준히 국내외 증권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매물로 나온다는 가정하에 금융지주 간 역대급 인수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증권사는 때론 금융지주에 큰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되풀이돼온 사모펀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라임펀드에 연루되며 중징계를 받았다. 충당금 등 예기치 못한 비용 처리와 펀드 판매 수수료 급감, 무엇보다 금융회사로서의 브랜드 신뢰도 추락은 그룹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증권사는 금융지주 간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자회사로 부상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증권사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향후 벌어질 인수전의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며 "자본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성과를 좌우한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하는 한 더 큰 딜로, 더 큰 익스포저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증권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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