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은 데 따라 당장 남매간 계열분리 가능성은 작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상속으로 이재용 부회장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지만, 국회에 계류된 삼성생명법이 통과할 경우 삼성 일가는 삼성전자의 우호 지분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다.

◇ 이부진·이서현, 계열분리보다 삼성 안에서 역할론

3일 재계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이번 상속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을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9분의 2씩 받았다.

삼성생명 지분만 이재용 부회장 절반, 이부진 사장 6.92%, 이서현 이사장 3.46% 순으로 상속됐다.

이로써 이부진 사장의 보유 지분은 삼성생명 6.92%, 삼성물산 6.24%, 삼성전자 0.93%, 삼성SDS 3.90% 등으로 늘어났다.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은 삼성생명 3.46%, 삼성물산 6.24%, 삼성전자 0.93%, 삼성SDS 3.90%가 됐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 지배구조의 축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과 똑같이 상속하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작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특히 삼성생명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보다 적게 받았지만, 이번 상속을 통해 삼성생명에서 개인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개인 2대 주주에 오르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사장은 또 호텔신라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던 기간에도 별다른 독립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 울타리 안에서 호텔신라의 자율 경영을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호텔과 패션 산업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진한 것도 독립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해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2.3%)로 올라선 점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작게 점치는 이유다.

홍 전 관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초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도 자녀들보다 많은 법정 비율로 상속받고 두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됐다.

각각 받은 주식 상속가액도 홍 전 관장이 5조4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재용 부회장(5조원), 이부진 사장(4조5천억원), 이서현 이사장(4조1천억원) 순이다.

이에 앞으로 홍라희 전 관장이 보유 주식을 활용해 경영권 방어나 계열분리 등 대형 이슈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선 홍 전 관장이 집안 또는 외부로부터 지배구조가 위협받을 때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서거나, 내홍을 잦아들게 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삼성생명법 통과하면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남은 변수인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와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생명법은 여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작년 6월에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보험업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이 법안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겨냥하고 있어 붙은 별칭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나, 법 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 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다.

대신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보유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박용진·이용우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41% 중 약 6.6%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이 부회장 등 일가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30%로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며, 삼성생명은 매각 차익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 부담도 크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매각하면 22%에 이르는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이 차익에 붙는다.

다른 시나리오로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경영권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이 방법 역시 세금 문제와 함께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문제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절반 이상 상속한 것으로 볼 때 삼성 일가가 법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거나 법 개정을 대처 가능한 리스크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아직 알 수 없는 데다, 통과하더라도 유예기간이 7년이라 대처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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