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SK텔레콤이 4일 2조6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그간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회사 분할 이후 SK㈜와의 합병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오는 6월에 이사회, 9월에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인적분할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는 분할 비율과 신설 투자전문회사로 가게될 자회사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가능성은 원천 차단됐다고 볼 수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발표하면서 신설회사-SK㈜의 합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유통주식 수의 10%가 넘는 자사주가 결국엔 합병에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었다.

자사주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인적분할을 하면 현물출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SK가 신설회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유 자사주에 92%에 이르는 물량을 소각함으로써 SK㈜가 SK텔레콤과 신설 회사에 갖게 되는 지분율이 높아져 추가 구조 개편과 합병에 대한 우려는 종식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후 현물 출자와 유상증자 과정을 거치면 SK㈜는 SK텔레콤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현재의 26.8%보다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자사주 소각을 하게 되면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없이 SK㈜의 지분율이 30%로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사주를 분할 비율에 맞춰 나누더라도 타 법인에 대한 지분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자사주 자체가 의결권 없이 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자는 것인데, 신설법인이 SKT에 의결권을 갖는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또 보유 자사주 규모가 만만찮은 만큼 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지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분할 비율을 정해놓고 회사를 나누는 것은 아니나, 한 회사에 자산이 쏠리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존속 회사인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의 경우 유무선 사업부와 SK브로드밴드만으로도 덩치가 커진 상태라 여기에 자사주까지 더해지면 분할 비율을 맞추기 어렵게 된다.

같은 이유에서 자사주를 분할 신설법인의 지분으로 분류하면 다른 자회사들을 추가로 편입하는 데에 한계가 생긴다.

이미 SK하이닉스와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등 굵직한 자회사들이 ICT투자전문회사로 가기로 되어 있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신설법인에 상장 가능한 회사들을 보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결정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로 자사주를 신설 법인에 보내면 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며 "소각을 통해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 주주 가치 극대화, 국내 자본시장 수준을 제고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분할 발표 이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시나리오다"며 "지주사와 합병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우려는 일단은 없어졌으나 계속해서 주주 달래기의 일환으로 배당 확대 등의 메시지도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이날 보유 자사주의 92%에 해당하는 868만5천568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삼성전자가 최근 3년간 진행한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SK텔레콤의 발행 주식 총수는 8천75만주에서 7천206만주로 감소한다.

소각 후 잔여 자사주 90만주는 향후 구성원 성과급과 이전에 부여한 스톡옵션 등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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