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4일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과 이광범 대표이사가 동반 사퇴하면서 경영 공백 상황 발생했다.

남양유업은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차기 경영진 인선 등을 두고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차기 대표이사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남양유업을 이끌던 홍 회장과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경영진 구성과 윤곽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홍 회장이 사퇴하면서 결국 전문 경영인 체제를 통해 악화한 현 상황을 타개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사태 수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대표이사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도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지난달 보직해임된 상황이고, 홍 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러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홍 회장 일가의 경영 참여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무리한 불가리스 마케팅에 나서는 등 그간 구설에 올랐던 이유로 남양유업이 홍원식 회장의 족벌경영 체제로 운영돼왔던 점을 꼽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날 홍 회장 사퇴 발표 직후 남양유업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기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를 보면 남양유업의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이광범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는 모두 홍 회장 가족으로,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홍 회장과 그의 모친 지송죽 고문, 장남 홍 상무가 등기이사로 올라와 있다.

사외이사로는 양동훈 건국대 교수와 이상우 부국유통 임직원 2명이 선임됐다.

다른 기업과 달리 남양유업은 이사회 내 다른 산하 위원회가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홍 회장이 가진 지분은 51.68%다.

이런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남양유업이 2018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했던 이정인 전 대표도 1년 만에 갑작스럽게 퇴진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를 이유로 퇴진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오너 일가와의 불화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봤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한국의과학연구원 주최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남양유업의 주장을 반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며,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마케팅인데 이를 실무진에서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오너의 퇴진으로 합리적 의사결정 체제가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무리한 영업과 마케팅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 기업"이라며 "홍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기업문화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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