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업무 비해 수익성 낮아" 반응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마감된 국민연금공단의 올해 세 번째 외화금고은행 입찰에 우리은행만 단독 입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외화금고은행 선정 공고가 두 차례 유찰되면서 요건을 완화해 세 번째 공고가 나왔지만 이마저도 단독 입찰에 그친 것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입찰이 종료된 국민연금의 외화금고은행 선정 재공고에 우리은행만 응찰했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외화금고은행을 선정할 당시 시중은행이 대거 경쟁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현재 단독 응찰한 우리은행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에 따르면 경쟁입찰에서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없을 때 유찰돼야 하지만 재공고 입찰에서도 자격을 갖춘 이가 1인밖에 없으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이번에 선정되면 3년 만에 외화금고은행 지위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2013년 12월부터 국민연금의 외화금고 업무를 전담해오다 2018년 3월 하나은행(당시 KEB하나은행)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이번 입찰은 두 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난항을 겪어왔다. 국민연금이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내건 업무 중복제한 요건이 까다로워 은행들이 한 곳도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앞선 두 차례 공고에선 수탁업무 위험을 분산하고 투자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동일 금융지주사 중복제한'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계약일 기준으로 6대 업무영역 중 최대 2개의 업무영역만 맡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는 이미 국민연금의 업무 두 개를 맡은 기관이 외화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기존 업무를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이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이미 위험분산 및 안정적인 자산 관리 차원에서 6개 업무 영역을 시중 은행에 골고루 맡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건 때문에 우리은행 또한 앞서 두 차례 입찰에 응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담당하는 동시에 신한은행 및 하나은행과 함께 수탁은행도 맡고 있다. 외화금고은행에 선정되면 두 업무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데 우리은행으로선 어느 쪽이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세 번째 공고에서 중복제한 요건을 삭제했음에도 응찰률이 저조한 것은 외화금고지기 업무가 생각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 외화금고를 맡은 하나은행마저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외화금고은행 업무가 수익성이 좋았다면 다른 업무를 포기하더라도 입찰했을 것"이라며 "은행들은 대체로 품은 많이 드는 데 반해 수익은 그다지라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국민연금 외화금고를 맡아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현업 부서 입장인 것 같다"며 "다른 은행들도 그런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외화금고은행이 되면 ▲외국환 거래 관련 출납 사무 ▲외화 보통예금 계좌 관리 ▲외화 단기자금 한도 관리 ▲각종 신고 및 보고 등의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인데 '수지타산이 안 맞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반응이다.

우리은행이 외화금고은행에 선정되면 오는 7월 1일부터 3년간 업무를 맡게 된다. 이후 1년 단위로 2회 연장이 가능하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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