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소비자 보호를 앞세운 뚝심으로 금감원장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아젠다 설정이 금감원이라는 조직에 독이 됐다는 일부 평가도 나온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석헌 원장의 임기는 이달 7일까지다.

이로써 윤 원장은 앞서 윤증현·김종창 전 원장에 이어 세 번째로 3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원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윤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비(非)관료 출신 인사임에도 금융 현안에 남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지난 2000년 한림대 교수 시절 당시 옛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금융감독조직혁신작업반' 반장을 맡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 개편에 필요한 법개정을 주도한 것을 시작으로 금융당국에 조언은 물론 비판과 견제를 이어왔다. 더욱이 2017년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며 금융위와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윤 원장은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금감원 조직을 개편하고 키코와 사모펀드 등의 사태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중심으로 '사적 화해'란 개념을 내세워 도입한 사후정산 방식의 피해자 구제 논리는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10년 만에 재조사에 나선 키코 사태는 일부 금융사의 배상을 끌어냈으나, 당초 취지에 걸맞은 수준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모펀드 사태의 경우 사전감독에 소홀했던 금감원이 제재를 통해 면피를 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후 관리만 치중하다 보니 검사와 감독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사실 윤 원장의 자리는 시작부터 어려웠다. 채용비리를 시작으로 사내 직원의 불법 주식거래, 가상화폐 거래, 그리고 일부 금융권과의 갈등 등 끊임없이 조직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조직을 다잡아야 했고, 연이은 수장 낙마로 위축된 조직의 직원들을 추스르며 임기를 시작했어야 했다.

당시 금감원 안팎에서는 조직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윤 원장이 소신대로 금융개혁을 고집하면 자칫 금감원을 더 큰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3년의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 윤 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등 금융개혁과 관련해 취임 이전부터 자신이 가져온 소신과 철학을 확고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이를 실천한 방식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금감원장의 제재 권한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금감원장은 줄곧 경제관료 출신이 도맡아왔다. 이에 금융위와의 관계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만도 컸다. 대통령조차 파격으로 비유한 비(非)관료 출신 인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는 그만큼 윤석헌 원장 체제 아래 금감원의 존재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임 기간을 잃어버린 3년으로 일컫는 직원들도 있다. 조직보다는 원장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탓에 후임 원장이 이어가긴 어려운 아젠다 발굴이 많았고, 금감원을 향한 시선이 여전히 비판적인 만큼 신뢰 회복도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후임 원장 하마평에는 이미 다수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유력 후보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까지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된다.

민간 출신으로는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정재욱 전 KDB생명 사장, 최운열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이름을 올렸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경우 윤 원장 내정 당시에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됐지만, 최근 윤석렬 전 검찰총장의 뒤를 이를 후임자로 지명되면서 기존 하마평이 다소 좁혀졌다.

금감원장 인사가 경제라인 정비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큰 만큼 이달 말께나 돼야 후임 인선이 가능하단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김근익 수석부원장의 대행 체제로 금감원이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나온 것은 없지만 후보군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는 시작됐다"면서 "정책공백을 최소화하는 취지에서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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