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달러 AT1 2.875%로 발행…최초 가이던스 대비 52.5bp↓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055550]가 글로벌 시장에서 5천600억원 가량의 자금을 2%대의 금리로 조달하는 데 성공하면서 채권시장에서도 회자하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1) 발행금리로는 흔하지 않은 사상 최저금리다.

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4일 미화 5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5년 후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 이 붙은 이번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연 2.875%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AT1이 2%대 금리를 기록한 사례는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싱가포르 DBS가 3%대 초반의 금리로 AT1 발행에 성공했을 때, 시장에선 글로벌 뱅크로서 DBS의 입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한금융의 이번 발행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신한금융은 발행과정에서 금리를 52.5bp나 낮췄다. 처음 제시한 가이던스 금리는 연 3.4%였다. 하지만 최대 5억달러까지 고려했던 발행에 목표액의 8배에 육박하는 39억달러의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리가 파격적으로 낮아졌다.

그간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가 지속하자 발행자들은 금리 구간을 잡기가 녹록지 않았다. 시장 금리는 추세적으로 낮아졌지만, 자금을 조달하려는 발행 주체도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금융은 1분기 실적발표 이후 발행 시기를 조율하며 최적의 시기를 고를 수 있었고 다행히 운도 따랐다.

물론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후순위채보다 100~150bp가량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채권에 비해 수요가 뒤따른다. 하지만 많은 수요로 인한 발행금리 인하 폭은 평균 30bp 안팎에 불과하다. 50bp가 넘는 재조정은 이례적인 일이다.

해외 채권을 발행할 때 벤치마크가 되는 미국 국채 5년물의 최근 금리추세를 고려해도 이번 발행 금리는 유난히 낮다. 발행 당일 미 국채 5년물 금리는 0.82%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발행한 AT1에는 200bp 수준의 가산금리가 붙은 것과 마찬가지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에 붙는 가산금리가 벤치마크 대비 300bp 정도임을 고려하면 신한금융이 시장 평균보다 100bp가량 가산금리를 낮춘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1분기 실적으로 보여준 분기 1조원 이상의 견실한 이익 체력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 경상이익의 수준이 금융회사 자본력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은행권의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며 채권시장이 요동쳤던 것을 고려하면 안전자산으로서 신한금융의 투자 매력이 커졌단 얘기다.

오랜 시간 외화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트랙 레코드를 쌓아온 것도 시장의 수요를 뒷받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18년 8월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외화채를 발행했다.

국내 금융회사에 외화 조달은 환율 측면에서 더 싸게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발행자 입장에선 국제 신용등급 관리 등 유무형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그간 국내 금융지주는 외화채 발행에 소극적이었다. 신한금융의 첫 도전 이후 KB금융지주도 외화채를 발행했지만, 꾸준히 글로벌 채권시장을 두드린 곳은 신한금융뿐이다.

최근 환율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의 이번 AT1 발행이 국내에서 2% 중반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효과를 낸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준비한 원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3.2% 안팎이었다. KB금융지주가 2.7% 수준에 신종자본증권(5년물)을 발행했지만, 이는 지난 2월의 일이다. 원화 조달을 준비 중인 금융지주에 신한금융의 이번 성과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으로선 지속가능채권시장에서 앞서 발행한 선순위와 후순위에 이어 신종자본증권까지 발행함으로써 자본 종류를 골고루 갖추게 됐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무엇보다 개선된 자본 건전성에 힘입어 출자 여력도 조달 규모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한금융의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5.90%, 기본자본비율은 14.66%였다. 5천600억 원가량 자본을 가산하면 앞선 비율들은 22bp씩 개선된다. 같은 기간 115%를 웃돈 이중레버리지도 최소 2%포인트(P) 이상 낮아질 전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환율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2.5% 수준의 금리로 자본을 조달한 셈인데 현재로선 3%를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원화 중심인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신한은 외화 조달로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시장에서 정규 발행사(frequent issuer)로 자리 잡은 것은 신뢰와 브랜드 제고 측면에서 자본시장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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