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했던 은행채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들은 총 10조9천2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만기도래한 은행채가 총 11조6천2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7천억원가량의 은행채를 순상환한 셈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용으로 발행됐던 특수은행채(특은채)가 대거 순상환된 영향이 컸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만기도래한 기은채 2조6천800억원 중에서 4천500억원 정도만 발행했다. 2조2천300억원이 순발행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6월과 12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순발행 기조를 이어나갔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지난해 2월 500억원에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4월 10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은행들은 올해 1~2월까지도 3조 정도 순발행했으나 지난 3월부터 4조원 넘게 발행했던 은행채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은행이 계속해서 코로나19 정책 대응을 위한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면 차환발행을 이어나가겠지만, 정책 연장이 불필요하거나 자금이 여유로울 경우 만기일을 맞아 그대로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순상환 기조로 전환한 이유로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보다는 저원가성 예금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국내은행의 지난 3월 말 중소기업 대출은 510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4조9천억원 늘었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이 192조1천억원으로 같은 기간 25조6천억원 증가했다.

5대 국내은행의 지난 3월 말 핵심예금 규모는 656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4조원 증가했다. 전월보다도 18조2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기업은행도 3월 말 핵심예금이 83조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조2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한 코로나 관련 대출은 계속 연장되고 있고 중기 대출 지원공급을 줄이기도 어렵다"며 "저원가성 예금으로 충분한 조달이 됐기 때문에 은행채 조달 필요가 없었다"고 얘기했다.

다만 향후에도 은행채 순상환 기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올해 초보다 핵심예금 증가 속도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5대 국내은행의 핵심예금 월간 증가폭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29조원과 18조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4조5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에도 요구불예금이 많이 늘며 저리에 자금조달이 잘 되다 보니 정기예금을 비롯해 은행채 등 고금리 조달수단을 줄이고 있다"며 "다만 증권시장이나 가상화폐 쪽으로 자금이 많이 옮겨가면서 연초보다 핵심예금이 둔화하고 있어 은행들이 직접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5월 만기도래 예정 은행채는 14조원 수준으로 특수은행 비중이 전체 중 80% 수준을 차지한다"며 "최근 3~4월간 특은채를 중심으로 순상환이 많은 모습을 고려하면 5월에도 은행채도 만기도래 물량 대비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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