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에 다시 섰다.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다. 옐런 장관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가 금리 인상 관련 발언을 했을 때 파장을 모를 리 없다. 옐런 장관이 발언 수위를 하향 조정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옐런은 지난 4일(현지시간) '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가 다소(somewhat) 인상되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지출이 경제 규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을지 모르지만, 이는 '약간의 매우 완만한(some very modest)'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형 기술주들이 급락세로 돌아서고 나스닥지수가 한때 1.8%나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그가 뒤늦게 수습에 나서면서 다음날 대형주가 다시 반등하는 등 불안심리는 빠르게 수습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연준의 논리구조에도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반론은 여전하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 감수 태도가 너무 낙관적인 쪽으로 쏠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은 노동시장의 슬랙(유휴인력) 이외에는 마땅한 측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엄청나게 부풀려진 자산 가격은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영하고 있다. 쏠림은 풀리기 마련이다. 거품이 터지면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거품의 일부를 사전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노련한 옐런이 이런 노림수를 가진 게 아닌지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

연준이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 부양책에 따른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재정 부양책으로 동원된 자금만 5조달러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르는 수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5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전례가 없는 규모인 탓에 파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엄청난 유동성이 풀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준도 일시적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올해 전망치인 2.4%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해도 통화완화 정책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정 당국의 최고책임자인 옐런이 이런 메시지를 이번 발언에 담았을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관계자들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유지의 근간으로 내세우는 저소득층 우선론도 논리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파월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고르지 않고 고용도 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팬데믹이 상대적으로 저소득 근로자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며 더는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경제에 지원이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파월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탓에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값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부유층만 엄청난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기 때문이다.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아이러니다.

자산매입 축소를 일컫는 테이퍼링에 대한 연준의 태도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이연할수록 향후 금융시장이 감내해야 할 파장만 커질 수 있어서다. 연준이 갑작스럽게 정책 기조를 변경했을 때 시장이 어떤 발작적 반응을 보이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옐런 장관이다. 옐런은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이 테이퍼 텐트럼을 촉발할 때도 연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옐러의 금리 인상 불가피 관련 발언을 의도된 실수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옐런의 발언을 계기로 고용지표까지 대폭 개선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될 수 있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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