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이달 원화 국고채 30년물 입찰에서 국내 보험사 순매수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시장참가자는 30년물 입찰금액이 증가했음에도 금리 레벨이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그널이 언제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이퍼링 언급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해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국고채 30년물 입찰이 실시된 날 보험사는 국고채 30년물 1조735억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이날 실시한 30년물(국고01875-5103) 통합발행 경쟁입찰에서 3조5천260억원이 가중평균금리 2.270%에 낙찰됐다.

이달 30년 입찰규모는 올해 들어 가장 크다. 입찰금액은 올 1월 3조1천500억원, 2월 3조원(신규발행+통합발행), 3월 3조3천억원, 4월 3천3천억원, 이달 3조5천억원 등을 기록했다.

범위를 작년까지 확대해도 이달 입찰규모는 가장 크다. 지난해 국고채 30년물 월평균 입찰금액은 2조8천750억원을 나타냈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 같은 수급부담으로 보험사 초장기채 매수가 올 2분기 후반으로 이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달 30년 입찰이 실시된 날 국고채 30년물을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올해 30년물 입찰이 실시된 날 중에서 30년물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올해 국고채 30년물 입찰이 실시된 날 보험사의 30년물 순매수 금액은 1월 9천37억원, 2월 9천164억원(통합+신규), 3월 9천121억원, 4월 8천294억원, 이달 1조735억원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 한 운용역은 "이달 30년 입찰금액이 많은 편"이라며 "수급부담에도 금리레벨이 매력적이라 보험사 순매수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험사 다른 운용역은 "보험사는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에 대비하기 위해 초장기물을 매수해야 한다"며 "그러나 금리 상승기에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분할매수를 원칙으로 초장기채를 사들인다"며 "이런 금리상승위험 등을 고려해도 이달 30년물 낙찰금리는 이전보다 더 많이 매수할 만한 레벨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달 30년물 가중평균 낙찰금리는 2.270%다. 이 정도 레벨은 2018년 10월로 거슬러 가야 한다. 2018년 10월 국고채 30년 금리는 16일 2.291%, 17일 2.244%, 18일 2.194%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장참가자는 금리 고점이 언제쯤 나타날지 관심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신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테이퍼링 신호가 나온 후 시장금리가 상승해 고점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는 "미국 서비스업 고용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물가의 높은 기저효과가 확인되는 7월 전후에 테이퍼링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며 "과거 패턴대로 테이퍼링을 시사하는 시점이 미국채 금리의 중장기 고점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7월 이후 재개될 부채한도협상이 2013년처럼 테이퍼링 시그널이나 개시 시점을 늦추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부채 한도 적용 유예 종료와 테이퍼링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KB증권은 "2분기를 기점으로 경기와 물가 개선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만으로 금리 고점을 예상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점 인식에 따라 금리 반락 시 채권을 매도해야 한다"며 "이르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늦어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금리가 오르면 매수에 나서도 된다"고 했다.

올 8~9월 연준이 테이퍼링을 언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고용지표 등을 고려하면 8월(잭슨홀 미팅)이나 9월(FOMC)에 테이퍼링 스케줄을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말 테이퍼링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말 테이퍼링 시그널, 내년 테이퍼링, 2023년 기준금리 인상, 2024년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반등하고 내년에는 바이든의 인프라 정책으로 성장률 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년에 걸친 고성장과 고물가를 경험한 후 2%를 웃도는 물가 상승이 실현될 것"이라며 "따라서 올해 중 기대물가 관리를 통해 테이퍼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내년 중 테이퍼링을 마무리 지은 후 2023년 금리 인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yg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5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