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억제해온 세계화 퇴조"

"인구 변화도 인플레 요인"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전 세계 투자자가 미국 내 물가 상승 추이를 눈여겨보는 가운데 "모든 게 인플레이션을 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치·경제·국제관계·인구 변동·노동이 인플레이션을 떠받치는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고 있다"고 5일(현지 시각) 경고했다.

우선 저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예전보다 덜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2%)를 웃돌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펴왔지만, 지난해에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일정 기간 용인하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또 2% 이상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란 견해를 고수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뒤늦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저널에 따르면 과거보다 재정균형을 덜 신경 쓰는 듯한 미 정치권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코로나 팬데믹 전부터 커졌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인세를 내려 재정수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러한 재정적자 확대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대규모 재정지출인 '미국 일자리 계획'과 '미국 가족 계획'을 추진 중이다.

WSJ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세계화도 퇴조기를 맞았다고 봤다. 지난 40년간 확산했던 자유무역협정은 기업 간 경쟁을 심화시켰고 물가를 눌렀다. 경제를 개방하며 저임금 노동자 8억명 이상을 공급했던 중국도 인플레이션을 제한했다. 하지만 WSJ은 "세계화는 정점을 찍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더 섬세한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수 감소도 물가 상승 압력이다. 노동력 공급을 줄여 임금 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인구 감소를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인구가 1930년대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의 친노동적 행보도 임금과 물가를 높일 변수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은 노동조합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마티 월시 미 노동부 장관은 승차공유기업 운전자나 음식배달서비스 배달원 같은 임시직 플랫폼 노동자를 직원으로 분류해야 할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변화로 저물가 기조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널은 "10년 만기 미 국채를 1.6%에 매수하는 투자자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큰 손실을 볼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을 주요 리스크로 고려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경고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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