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김정남 삼정KPMG 상무(ESG전략팀 리드 파트너)는 중공업과 화학 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7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 환경에 해로운 산업으로 여겨지는 중공업과 화학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커진 ICT 기업에서도 ESG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학 전공자 출신으로, 2004년부터 기업가치와 ESG 경영전략을 자문해 온 김 상무는 국내 회계법인 중 가장 먼저 ESG 담당 조직을 꾸린 삼정KPMG에 2013년 합류했다.

그간 SK그룹과 롯데그룹, 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기업에 ESG 도입 컨설팅을 하며 다양한 업종에 대한 컨설팅 노하우를 쌓았다.

김 상무는 기업들에 우선순위가 낮았던 ESG가 최근 주요 경영 의제로 떠오른 데는 지난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업들이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진들에게 ESG 경영의 책임을 촉구하고,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글로벌 이니셔티브 등이 발효된 점도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김 상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ESG를 어느 수준으로 도입해야 하는지를 가장 궁금해하고 있다며 업종과 규모에 관계없이 ESG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국내 기업 중 가장 ESG 경영을 잘하고 있는 곳으로는 SK그룹을 꼽았다.

내부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잘 갖췄고, 외부 평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인식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ESG 경영을 가장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잇따라 선임하는 등 여성과 장애인을 고용하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S) 부문을 공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 ESG 평가 기준이 기관별로 상이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기관별로 추구하는 비즈니스 가치나 평가 기준이 다른 만큼, 기준을 통일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도 각기 다른 기준으로 뽑듯 ESG도 각 평가사의 특성과 시각에 따른 평가가 가능하다"면서도 "산업별 특성이 조금 더 반영될 수 있도록 지표에 반영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김정남 상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최근 들어 기업들이 ESG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왜 현시점에 기업들이 ESG 경영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가.

▲ESG라는 용어는 2005년 정도부터 공식화됐다. 그간 기업들이 환경보호나 지배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은 알았지만, 당장 돈이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어젠다였다. 그러나 지난해 팬데믹이 오면서 기업들에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환경적으로도 지난해 초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이 환경오염을 시키는 기업들에 투자를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운용사들도 (이런 기조를) 따라갔다. 그 외 각국 탄소중립 정책과 글로벌 이니셔티브 등이 나오면서 지난해부터 기업들에 ESG 우선순위가 더 높아지게 됐다.

-- ESG 컨설팅을 받는 기업들의 가장 큰 니즈는 무엇인가.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더 큰 특정 산업이나 섹터가 있는지.

▲ESG 중에서 가장 니즈가 큰 것은 환경(E) 분야다. 컨설팅받으러 오는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ESG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여부와 어떻게 해야 할지다. 지배구조의 경우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내용인데, 기업 입장에서 돈이 많이 들지도 않고, 실행하기에 쉬운 분야다. 환경 분야(E)의 경우 기업이 환경보호를 위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사회(S) 같은 경우는 기업 내부 직원들과 협력사들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한국기업들은 문화적으로 S를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어 지금은 협력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정도로 하는 곳이 많다. ESG 요구가 더 큰 산업은 전통적으로 환경을 해치는 중공업, 화학 등의 분야다. 그리고 최근에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커진 ICT 산업에서 사회 분야에 대한 ESG 요구가 높아졌다.

-- 국내 기업들의 ESG 도입이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가장 성과가 좋은 기업은 어디인지. 특히 어떤 부분에서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SK그룹이다. 4년 전부터 SK그룹과 일하고 있는데, 여러 면에서 내부적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외부 평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관련 책임은 경영진이 지는데 경영진의 핵심평가지표(KPI)에도 ESG가 잘 반영돼 있고, 전체적인 시스템화가 돼 있다. 모든 교육에 ESG를 포함하고 있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 기업들이 발표하는 ESG 계획을 보면 대부분이 플라스틱 감축, 탄소중립처럼 환경(E)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SG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S같은 경우 요새 기업들이 많이 신경 쓰는 게 협력사 ESG 관리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협력사 ESG관리 규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10% 미만이 기업이 협력사 ESG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형식적인 관리체계가 아닌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여성리더쉽 등 다양성 이슈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 기업 현업 부서에서는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모든 지표를 수치화해서 표현하는 것을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지게차를 전기차로 바꿨을 때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혹시 기업들이 ESG 경영을 좀 더 쉽게 도입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더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ESG를 화폐화하는 공식적인 기준은 없다. KPMG 자체적으로는 ESG의 화폐적 가치를 측정하는 툴이 있다. 일부 국제단체들이 재무적 정보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정보까지 화폐화 해보자 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일반적인 기준은 없다.

-- 국내에서는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 간 기준 등에서 차이가 있는지. 국내 기업들의 ESG를 활성화하기 위해 평가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신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ESG 평가 기준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들마다 사람 뽑는 기준이 다 다르듯 모든 기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가기관마다 추구하는 비즈니스 가치나 평가 기준이 다르고, 모델이나 지표수, 가중치가 다 다르다. 세부 지표는 평가기관별로 300~500개 정도 있다. 평가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기보다 산업별 특징에 맞는 지표를 넣어서 거기에 가중치 배분하는 방법이 좋아 보인다. 기업이 300~500개 되는 ESG 지표를 모두 챙길 수는 없다. 산업별로 좀 더 중요한 지표가 있고, 덜 중요한 지표가 있지만, 지금은 일률적으로 모든 산업에 동일한 잣대를 대서 평가하고 있다. 형평성 문제를 걱정해서 그런 것 같은데 산업별 특성이 좀 더 반영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국민연금이 ESG투자를 활성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 중에서는 좋은 ESG 등급 평가를 받아도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ESG 등급과 기업들이 받는 투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MSCI를 비롯한 여러 평가기관에서 자사의 ESG평가 결과와 기업가치의 긍정적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2년 운용기금의 50%를 ESG기반의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한은에서도 최근 ESG 부실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밖에 친환경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ESG가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삼정회계법인의 그간의 성과를 소개해 달라.

▲삼정KPMG는 회계법인 중 가장 먼저 ESG 전담팀이 생겼다. 그룹사 위주로 컨설팅을 해서 다양한 업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또 국내 선도 대기업, 중견 및 중소기업 등 다양한 규모의 기업 컨설팅 경험과 KPMG 글로벌 네트워크 협업으로 고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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