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백인규 딜로이트안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센터장은 탄소세가 급격히 오르면 ESG에 투자하지 않았던 기업들의 상당수가 영업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 센터장은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장하는 대로 탄소세를 1t에 75달러로 올리면, 국내 기업 중 포스코 같은 경우에는 탄소세로 6조원을 내야 한다"며 ESG가 기업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탄소세는 t당 2달러 수준이다.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만일 탄소세가 급격히 오른다면 ESG에 투자하지 않았던 기업들의 상당수는 영업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백 센터장은 "이 때문에 포스코에서는 현재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전통적인 화학과 철강 등의 산업에서 ESG에 대한 요구도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경제가 올스톱된 것을 보면서 기업들이 환경 등의 문제가 자신의 생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봤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화석연료를 통해 수익 25% 이상을 창출하는 기업들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기업들을 ESG 경영에 참여하도록 움직인 동력이 됐다.

백 센터장은 다만, "ESG 중 특히 환경 분야는 탄소를 줄이려면 탄소를 포집해서 액화시켜 저장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야 하므로 돈이 많이 든다"며 "경영자뿐만 아니라 주주와 이사회 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에는 환경 분야가 가장 시급하다면서도 ESG경영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지배구조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기업은 소수의 주주가 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거버넌스 문제가 취약하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소수주주권 보호가 취약하고, 지배주주의 사익편취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 중에서 진정성 있게 ESG 경영을 실천하는 곳으로는 SK그룹을 꼽았다.

SK그룹은 2019년부터 임원 평가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에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함했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ESG 경영을 잘한다고 평가했다.

백 센터장은 기업이 ESG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600년대 이탈리아에서 처음 생겨나 40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발전한 회계 처리 방식과 달리 ESG의 경우 아직 역사가 짧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이나 기준 등이 다 모호한 상황이다.

백 센터장은 그러면서 "ESG 관련 모든 지표를 한 번에 수치화하여 표현하기보다는 각 기업에 맞게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면서 점점 더 진화해 나가는 게 현시점에서는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들이 ESG 경영을 더욱 신경 쓰도록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늘려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딜로이트안진의 ESG센터에는 현재 40여 명이 소속돼 있다.

백 센터장은 "그간 대기업 위주로 컨설팅을 진행해 오다가 최근에는 중견기업에서도 ESG 현황 진단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기존에 ESG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기업은 어떻게 고도화와 차별화할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들어 기업들이 ESG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왜 현시점에 기업들이 ESG 경영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가.

▲ESG 경영이 기업에서 최근에 갑자기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투자자들이 ESG를 투자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시점 이후라고 본다. 블랙록 CEO인 래리핑크가 작년 초에 피투자회사 CEO들에게 모든 정부, 기업, 주주들에게 화석연료를 통해 25%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들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투자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갑자기 작년 전 세계 경제가 올스톱된 것을 보면서 기업들이 환경 등의 문제가 자신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ESG가 특히 환경 부분은 돈이 많이 든다. 지금 탄소를 측정하는 기술 자체는 있다. 다만,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를 포집해서 액화시켜서 저장하는 기술인 CCU 등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개발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ESG가 잘 되려면 경영진의 의지뿐만 아니라 주주와 이사회 사이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ESG가 정말 중요하고, 그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데 공감을 해야 한다.

-- ESG 컨설팅을 받는 기업들의 가장 큰 니즈는 무엇인가.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더 큰 특정 산업이나 섹터가 있는지.

▲아무래도 환경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환경 분야에 대한 컨설팅 니즈가 많다. 탄소중립, RE100 등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포스코. 탄소 배출량이 1년에 8천t 정도. 지금 유럽에서는 탄소세가 1t에 2달러인데, 작년에 IMF에서는 75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만일 75달러로 올리면 포스코 탄소세는 6조가 넘음. 지금 포스코 1년 영업이익이 3조인데 3조 영업적자가 된다는 얘기다. 이게 실현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ESG가 기업 실적에도 영향 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 포스코에서는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상황이고, ESG 요구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화학, 철강 산업에서의 수요가 더 많다. ESG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식은 회사가 속한 업종이나 규모, 규제 수준, 이해관계자의 대응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국내 기업들의 ESG 도입이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가장 성과가 좋은 기업은 어디인지. 특히 어떤 부분에서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지금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들은 ESG가 뭔지는 알고, ESG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 세컨드 티어인 자산규모 5천억 이상 2조 원 미만 기업들은 대체 ESG가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가장 잘하고 있음. 가장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 같다. 원래 기업 임원 KPI에는 영업이익, 매출 같은 재무적 요소만 포함돼 있는데, SK그룹에서는 2019년부터 계열사 사장 KPI에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함했다. 국내 최초로 SK그룹 8개 사가 지난해 REO100(재생에너지100%)에 가입하는 등 오래전부터 ESG경영을 잘 실천해온 기업으로 평가된다.

-- 기업들이 발표하는 ESG 계획을 보면 대부분이 플라스틱 감축, 탄소중립처럼 환경(E)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SG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존과도 관련된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탄소세 등이 도입되면 기업의 입장에서 재무성과에 가장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중요성을 더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기업도 해외기업과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글로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글로벌 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나라별로 사회문화적 배경과 이에 따른 법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내기업의 경우 소수주주권 보호가 취약하다는 부분과 지배주주의 사익편취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 기업 현업 부서에서는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모든 지표를 수치화해서 표현하는 것을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지게차를 전기차로 바꿨을 때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혹시 기업들이 ESG 경영을 좀 더 쉽게 도입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더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 시스템을 만들고, 전담 조직을 꾸려야 한다. 회계의 경우 복식부기를 하는 것은 1600년대 이탈리아에서 처음 생겼다. 지금 40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회계 처리 방식이라던가 기준이 다 정립됐다. ESG의 경우 아직 역사가 짧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이나 기준 등이 다 모호한 상황이다. 시스템과 전담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 차원에서도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식으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 국내에서는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 간 기준 등에서 차이가 있는지. 국내 기업들의 ESG를 활성화하기 위해 평가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평가 기관별로 차이가 크게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평가 기준을 통일화시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각 평가기관의 평가 방법을 통일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를 비유하자면 IFRS가 나라별로 다른 기업 회계기준을 통일한 것처럼 정보공개의 원칙이나 가이드라인 등의 표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를 일원화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듯이 평가 방법을 통일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종의 표준처럼 널리 쓰이는 기준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 국민연금이 ESG투자를 활성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 중에서는 좋은 ESG 등급 평가를 받아도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ESG 등급과 기업들이 받는 투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현재는 ESG 경영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등급평가와 투자와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그 상관관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 안진회계법인의 그간의 성과를 소개해 달라.

▲지금 ESG센터는 40명 정도의 인원이 소속돼 있고, 계속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그간 대기업 위주로 컨설팅을 진행해 오다가 최근에는 중견기업에서도 ESG 현황 진단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기존에 ESG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기업은 어떻게 고도화와 차별화할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jy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